몇 년 전 겪은 소름 돋는 일입니다.
연이은 취업 실패로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있던 날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
전화를 받자 친구는 다짜고짜 근방에
기가 막힌 낚시터가 있다고 밤낚시를
제안했습니다.
어차피 취준생 혹은 백수였던 저는
스트레스도 풀고 친구와 오랜만에
이야기도 할 겸 바로 콜을 외치고
그날 저녁 친구의 차를 타고 근교의
저수지로 향했습니다.
친구는 이곳이 웬만한 낚시꾼들도
잘 모르는 숨겨진 명당인데 아는 선배가
알려줬다고 인적이 거의 없어서
낚싯대를 넣으면 물고기가 나온다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수지 근처 공터에 주차를 하고
낚시 장비를 챙겨 조그만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데 저수지 바로 옆
작은 야산 중턱에 캠핑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닥불을 켜놓은 거 같은
불빛이 보였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사람도 없는 곳이라더니
저기 떡하니 캠핑하는사람도 있네라며
한소리를 했고 친구는 이상하다 여긴
정말 누가 다닐만한 곳이 아닌데..
라고 의아해했습니다.
저희는 저수지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낚시할 준비를 마친 후 이제 막 자리에
앉았는데 저 멀리서 인기척이 들렸습니다.
조금씩 저와 친구가 있는쪽으로 누군가
다가왔고 손전등을 비춰보니 등산복을
입고 있는 인상좋은 아저씨였습니다.
아저씨는 저희쪽으로 다가와서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어이구 학생들 여긴 인적이 드물어서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곳이데 용케 들
이런 곳까지 와서 낚시를 하고 있네.."
"아.. 여기가 명당이라고 이놈이
알려줘서요. 하하.."
저는 아저씨의 인상과 말투에 경계심이
풀려 너스레를 떨었고 아저씨와
이런저런 몇 마디 잡담을 나눴습니다.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아저씨는
자기가 저 옆 동산의 주인이고
저곳에 작물을 심어놨는데 만난 것도
인연이니 수확할 때가 되면 조금 보내
주겠다며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고
저와 제 친구는 부담스러워
정중하게 사양했습니다.
아저씨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다시
웃으며 그럼 저 산에 작물이 심어져
있으니 올라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는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저씨 참 오지랖도 넓으시네 언제
봤다고 작물까지 보내주신다고 ㅋㅋ"
저와 친구는 그렇게 몇 마디 나누고 한 시간쯤
낚시를 하고 있는데 친구는 배가
아프다며 휴지를 챙겨 옆의
동산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채 3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저쪽에서 친구가 미친 듯이 뛰어오더니
갑자기 집에 가자고 막 장비를 챙기면서
저를 닦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뭐야 이제 한 시간 반 정도 했는데
벌써 가 자고?"
"아 그 정도면 많이 했지 얼른 가자 어휴,
춥다. 나 배 아파 가자 집에!"
"아씨 이 XX가 왜 이래 귀신이라도 봤나
알았어 가자 가"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주섬주섬 장비를
챙긴 후 차에 올라탄 후 친구에게
약간 짜증을 내며 물었습니다.
"아니 뭐 귀신이라도 봤냐 똥 싸러
간다는 놈이 왜 바로 돌아와서 집에
가자고 난리야.."
"야.. 귀신이면 다행이지.."
"나 똥 쌀라고 바지 막 내리려는데.."
"그 언덕 쪽에서 아저씨가 우리
쳐다보고 있었어.."
"한 시간이 넘도록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고?"
"몰라 XX 암튼 눈 마주쳤어.. 놀라서
뒤도 안 돌아보고 네가 있는 쪽으로 뛰어
온 거야.."
"아씨.. 뭐야 개 무섭네.. 미친 사람인가.."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있고 며칠 후
저와 친구는 다시 만나 자취방에서
티브이를 틀어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뉴스에서 속보가
흘러나왔습니다.
"속보입니다. 경기도 XX 인근 저수지 옆
야산에서 50대 여성 양 모 씨의 시신이
발견되었습니다. 시신은 불에 탄 흔적이
있고 유력한 용의자로 양 모 씨의 남편인
이XX가 경기도의 한 모텔에서
검거됐습니다."
저와 친구는 붙잡힌 범인의 마스크 속
눈을 보고는 그대로 굳어버렸습니다.
그 선한 눈은 분명 그때 저수지에서
잡담을 나눴던 아저씨의 눈이었습니다..
뉴스에 비추어 주는 저수지도 저희가
낚시를 하던 곳이었습니다..
몇 년이 지났지만 저와 친구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온몸을 뒤덮습니다.
그때 그 아저씨에게 주소를 알려줬다면..
우리에게 찾아왔을까..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 같았던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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