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의 수도방위사령부
헌병으로 복무를 했습니다.
한강에 큰 대교들이 많은데
그곳에는 검문검색을 위해
검문소가 있었고 여러 검문소의
근무를 서봤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자유로 옆에 있는
검문소였습니다.
검문소 옆은 자유로 10차선이었고
엄청나게 많은 차들이 검문소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곳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일병 찌끄레기였는데
사건이 있던 그날 새벽 2시 30분쯤
저는 상황 근무를 서고 제 후임은
밖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입초지 경계근무는 2시간을 근무하고
교대 20분 전 상황근무자가 다음
근무자를 깨우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한참 졸음을 참아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상황실로 입초지에서
후임의 무전이 들려왔습니다.
"여기는 xxx , 여기는 xxx 현재 특이사항으로
어떤 여자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들린다.."
저는 후임의 생뚱맞은 소리에 핫라인으로
바꿔 후임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야 뭐라는 거야? 뭔 소리가 들린다고?"
"심일병 님 정말 죄송한데 지금 다음
근무자 좀 깨워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2시간의 근무 중 경계근무에 투입됀지
30분이 겨우 조금 넘은 시간에 현재 경계
근무자 중 가장 막내인 놈이 자기보다
한참 선임인 다음 근무자를 깨워서 보내
달라는 황당한 부탁에 짜증이난 저는
무슨 개소리냐고 근무나 똑바로
서라고 이야기했지만 입초지의 후임은
계속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다음 근무자를 보내달라고 애원했습니다.
후임이 투입되어 있는 입초지는 주위에
사람이 돌아다닐만한 곳이 전혀 없었고
오른쪽은 자유로 왼쪽은 무성한 갈대숲이
있었습니다.
"아니 이상한 소리 자꾸 하지 말고 쌍안경으로
갈대숲 쪽에 뭐 있나 한번 확인해봐.."
"심일병 님.. 제발 다음 근무자 좀 보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정말 이상합니다.."
처음엔 입초지에서 졸다가 동물소리 듣고
헛소리를 하나 싶었지만 후임과 무전을
할수록 목소리에서 공포가 느껴져
저는 일단 다음 근무자를 깨웠습니다.
"야~너 후임님이 너님 빨리 근무지로
와달란다.ㅋ"
다음 근무자는 황당한 표정으로 시계를
확인하고 교대 시간이 한 시간이 넘게
남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저에게
투정을 하였지만 저는
"아니 아무리 설득을 해도 너 빨리
오라는데 어쩌냐, 귀신이라도 나왔나 보지"
제 말을들은 다음 근무자는 그놈을
죽이느니 살리느니 욕을 중얼거리며
근무에 투입할 채비를 마치고
입초지로 향했습니다.
근무 교대는 초소장이나 상황근무자의
인솔 하에 투입 철수를 하는데 보통
초소장은 드르렁하고 있어서
상황근무자인 제가 다음 근무자와
입초지에 도착했습니다.
입초지에 도착하면 입초지의 근무자가
후임이면 먼저 나와서 경례를 하는 것이
병사들끼리의 룰이었는데 입초지의
후임은 문을 꾹 닫고 초소안에서
나올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짜증이 올라와 문을 쾅쾅
두드리며 '야 인마 문 열어!'라고
소리를 치자 갑자기 문을 팍!
하고 열어젖히더니 후임이 미친 듯이
검문소를 향해 혼자 뛰어갔습니다.
상황실로 돌아가니 근무를 섰던
후임이 완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앉아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그 후임은
심각한 트롤 짓을 한 것이기에 뭐라고
하고 해야 했지만 그 표정을 보고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야.. 아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아까 보고 드렸지 않습니까.."
"여자 울음소리가 들렸다며."
"심일병 님이 입초지 문 두드릴 때까지
계속 들렸습니다..."
저는 순간 소름이 쫙 끼쳤지만 다시
짜증을 내며 물었습니다.
"야 헛소리 하지 마 내가 입초 지문
두드릴 때도 그런 소리 안 들렸는데."
"졸다가 헛소리 들은 거 아냐?"
"절대 아닙니다. 졸지도 않았고
근무 투입하자마자 계속 들려왔습니다.."
"야 내가 쌍안경으로 살펴보라고 했잖아!"
"그 소리.."
"입초지 안 제 바로 뒤에서 들렸습니다.."
저는 그때 진짜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도 입초지 근무를 해봤고 아주 협소한
입초지안에 있으면 새벽에는 가끔씩
차가 지나가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안에서 말을 하면 웅웅 울리는
곳이었습니다.
입초지 근무를 서던 후임은 근무에
투입되자마자 바로 뒤에서 여자가
우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고 합니다.
후임은 전방 유리에 뒤가 비치는데
그곳으로 뭔가 보일까 봐 눈을
질끈 감고 30분 동안 눈도 못 뜨고
더듬거려서 무전으로 연락을
한 것이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어떤 소리였는데.."
"그냥 우는 소리도 아니고 끄윽 끄윽
거리면서 처절하게 우는 소리였습니다.."
저는 일단 패닉 상태에 빠진 후임에게
지금 근무 들어가 있는 근무자에게
말 잘해놓을 테니 일단 가서 자라고
안심을 시킨 후 입초지에 근무를 서고
있는 근무자에게 무전을 보냈습니다.
"야 무슨 소리 들리는 거 있냐.."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아.. 새끼 기가 허한가..'일단 알았다~수고해"
그냥 날이 더워져서 헛것을 들은 거겠지
생각하고 지나갔고 아침 점호 시간이
되어 상황실로 모였습니다.
상황실로 가니 초소장이 점호 준비는
안 하고 컴퓨터만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빨리 점호 끝나고 자고 싶은데
컴퓨터만 보고 있어서 모두 짜증이
몰려오던 찰나 초소장이 입을
열었습니다.
"아 XX 큰일 났다.. 이거 와서 봐라.."
무슨 소리인가 싶어 다가가 모니터를
보니 저희가 근무를 서는 검문소 옆의
검문소는 대교의 끝에 있어서 전경과
헌병이 같이 대교 순찰을 도는 근무가
있었는데 헌병 사건 사고 게시판에
저희가 근무를 서는 대교에서
가방과 구두를 가지런히 놓여 있는
사진과 어떤 여자가 투신을 했다는
보고가 올라와있었습니다.
저와 근무를 서던 후임은 그대로
기절할 뻔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직접 그 소리를 들은 건
아니지만 그 후임은 그 지옥 같은
30분의 시간이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그 후임은 입초지
근무에서 빠지고 상황근무만 섰습니다.
한강 대교에서 사람이 투신하는 일이
워낙 흔한 일이라 그런지 뉴스에서
대서특필하고 이런 건 없었습니다.
지금도 한강 다리를 건너갈 때면
그때 그 후임 녀석의 표정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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