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해줄까?
예전에 한동안 바다낚시에 빠져 전국을
돌아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배를 타고 하는 낚시도
잘 못 갑니다.
갯바위 낚시를 나가면 작은 무인도 근처
바위 절벽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하고 선장은 위치를 기억했다가
사람들을 전부 내려주고 하루가 지나면
다시 태우러 옵니다.
갯바위 낚시는 상당히 위험한 취미
활동인 편입니다.
예전에 고기가 많았던 시절에는 위험을
무릅쓸 필요 없이 방파제 낚시만 해도
커다란 고기를 낚았지만 물고기가
줄어들면서 낚시꾼들은 위험하더라도
좀 더 큰 고기 남들이 잡기 힘든 고기를 잡기
위해 점점 더 멀리 사람의 손을 안 타고
위험한 포인트를 찾아 비싼 돈 내고
가는 것이죠.
그날 저도 대물 감성돔을 잡아보겠다고
완도 쪽에 잘 아는 낚시점에 짐을 싸들고
찾아갔습니다.
낚시점에 도착해 미끼도 챙기고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 포인트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낚시점 뒷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어딘가 아픈 사람이 있는 것처럼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아는 사람이 있나 싶어
누가 있냐고 낚시점 사장님에게 물어봤는데
사장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게 뭔가 있는 거
같아 배가 오는 동안 할 일도 없던 차라
이것저것 캐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방에 있는 사람은 장박을 전문으로 다니는
50대 아저씨 었는데 저도 몇 번 같이 술을
먹었던 기억이 있는 아저씨였습니다.
그런 아저씨가 왜 낚시점 뒷방에서 아픈
사람처럼 끙끙거리고 있는지 궁금해서
방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방에 들어가 보니 아저씨의 눈은 생기가 없이
푹 들어가 있고 표정을 보니 정신이 반쯤
나가 보였습니다.
저는 아저씨가 며칠 동안 술판이라도 벌였나
싶어 어디 아프시냐고 하면서 방에 들어가
앉았는데 술냄새를 풍풍 풍기며 몸을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다시 밖으로 나와 사장님에게 저 아저씨
왜 저러냐고 어디 아픈 데가 있으면
병원을 가야지 장사하는 집에서 저러고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사장님은 일주일째 저러고 있다고 지난
월요일에 물을 가져다주려고 갔는데
정신 나간 사람 꼴을 하곤 짐을 챙기지도
않고 배에 올라타서 태우고 나왔는데
뭐가 그리 무서운지 자꾸 무섭다고
덜덜 떨면서 방에 처박혀 술만 퍼마시며
집에 갈 생각을 안 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심 궁금했지만 배가 올 시간이 돼서
포구로 나갔는데 하필 해경이 낚싯배를
일제 단속하는 날인데 제가 탈 배의
선장이 뭔가 잘못해서 걸렸다고 해
타고 나갈 배가 없어졌고 지금 집에
돌아가 봐야 할 일도 없는지라 술이나
한잔 마시고 자고 가야겠다 싶어
가게로 돌아왔습니다.
평소 안면이 있던 40대 낚시꾼 아저씨와
같이 안주 거리와 술을 사서 가게로 돌아와
술판을 벌이려는데 아까 본 장박 꾼 아저씨가
슬쩍 옆에 와서 앉았습니다.
아까 봤을 때보단 정신이 좀 돌아와 보였고
저는 무슨 일이 있던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장박 꾼 아저씨는 지난 일요일 밤 웬만한
낚시꾼들은 엄두도 못 내는 최상급 포인트에서
이주 동안 자리를 잡고 고기를 싹쓸이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날씨가 안 좋고 파도도 높았지만
낮에 입질이 좋아 고기를 잔뜩 잡은 후
해가 지며 날씨가 더 안 좋아져 밤낚시는
포기하고 텐트 안에서 술을 먹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아직 달도 뜨지 않은 초저녁이었는데
발아래의 절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답니다.
상괭이라도 지나가는 건가 싶어 내려다봤는데
수심이 10미터도 넘는 수면 위를 서너 명의
사람들이 조용히 속삭이며 남쪽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깜짝 놀라 잘못 본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헛것을 본 것은커녕 구름 사이로 비치는
희미한 별빛 사이로 몇몇 무리를 지어 못해도
100명은 넘어 보이는 다양한 사람들이 출렁이는
물결 위로 뭉쳐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고 합니다.
아저씨는 기절초풍할 광경을 목격한 후
현실감이 없어 오랫동안 바닷가에 혼자
있어서 이상한 꿈을 꾸는 건가 싶어
꿈을 깨려고 뺨을 치면서 헛기침을
했는데 꿈을 깨기는커녕 바로 발 아래쪽에서
걸어가던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자기가
있는 텐트 쪽을 올려다보더니 휘적휘적
절벽을 기어 올라오더랍니다.
아저씨는 도망 칠 곳도 숨을 곳도 없는
바위섬에서 텐트를 올려 잠그고 침낭
속에 들어가 숨어있었는데 잠시 후
올라온 사람들이 텐트를 쓰윽 쓰윽
쓰다듬으며 말했답니다.
"같이 가자~ 같이 가자~"
"너도 같이 가자...."
아저씨는 온몸에 한기를 느끼며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덜덜 떨면서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를 반복하다
자기도 모르게 기절했다가 눈을
떠보니 해가 뜨는 것이 보였다고 합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조심스럽게
텐트를 열어보니 날씨는 풀려있었고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어서
이제 살았다는 생각에 짐을 정리해서
나가려고 했지만 온 몸에 힘이 없고
정신도 못 차리겠어서 그냥 소주만
들이키며 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선장이 오자 장비고 텐트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배를 타고 나온 거라고 합니다.
육지로 나와서도 눈만 감으면 같이 가자~
너도 가자~ 소리가 귓가에 들려와 잠도
못 자고 술에 의지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
해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사장님도 옆에
와서 말하길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 아저씨가 놓고 간 텐트며 장비를
그래도 단골이라고 다 챙겨서 가져다 놨는데
영 찜찜하다고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와 사장님과 그리고 같이 있던
낚시꾼 아저씨 모두 저 일이 무슨 일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저 아저씨가 귀신들과 바다 위를 걸어서
어디론가 갈 뻔 한 그날...
그날은 바로 1993년 10월 10일 일요일
서해 위도를 출발해서 격포로 오던
페리호가 침몰하여 292명의 사망자를 낸
그날이었습니다.
페리호의 44명을 구조해준 사람도 근처에서
낚시를 하던 낚싯배의 선장이었고 그 외의
생존자의 상당수도 구명조끼를 입고 다니는
낚시꾼이었습니다.
페리호와 함께 바다에서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낚시꾼을 한 명이라도 더 데려가려
했던 걸까요..
그 수많은 사람들은 어디를 향해 걸어가고
있던 걸까요..
'무서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포 실화 "군대 분신사바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0) | 2020.12.28 |
---|---|
소름 돋는 "담 벼락 위의 여자아이" 무서운 이야기 (0) | 2020.12.22 |
공포 실화 "동네 미싱 공장" 무서운 이야기 (0) | 2020.12.17 |
공포 실화 "화장실 수리 중 겪은 일" 무서운 이야기 (0) | 2020.12.15 |
공포 실화 "제주도 군 생활 중 겪은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0) | 2020.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