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의 일이라도 충격이 크면 나중까지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저희 학교 체육 선생님께서 어릴 때부터 매번 같은
꿈을 꾸셨다고 합니다.
선생님 성함이 문 씨라서 이하
'문 선생님'
혹은
'체육 선생님'
이라고 하겠습니다.
꿈의 내용은 이랬다고 해요.
한옥처럼 으리으리한 집이 3인칭 작가 시점으로 보였고,
마당문이 열리면서 어떤 할머니가 들어오셨답니다.
그 할머니는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얼굴 중앙 턱 부분에 사마귀 같은 것이 나 있었으며,
얼굴 한쪽은 썩은 것처럼 까맣게 변해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집안에서 어린아이가 한 명 나왔는데,
문 선생님께서는 보자마자
"어, 난데?"
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후에 그 할머니가 부엌으로 들어가셨고,
그 어린아이가 할머니를 따라 부엌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항상 잠에서 깼다고 해요.
그 당시 문 선생님은 단칸방에서 살고 계셨는데,
잠에서 깬 후
"휴, 꿈이구나"
하며 전등 스위치를 켜는 순간,
형광등에서 구더기가 비 오듯 쏟아졌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꿈에서 깨어났어요.
즉, 꿈속에서 또 꿈을 꾸었던 거죠.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었고,
심지어 몽유병 증상까지 보였다고 합니다.
너무 자주 겪다 보니 굿도 받아보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고 해요.
어느 날,
어머니께서 문 선생님을 데리고 점집에 가셨습니다.
점쟁이가
"말해보라"
고 해서,
문 선생님은 꿈 이야기를 전부 들려드렸죠.
그랬더니 점쟁이가 어머니께 잠시 밖에 나가 계시라고 한 후,
문 선생님을 바라보며 무언가 알 듯한 표정을 지으셨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빙의된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문 선생님의 손을 꼭 잡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문아... 나 모르겠나?"
문 선생님은 너무 무서워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손은 풀리지 않았고 점쟁이는 계속해서
"날 모르겠냐"
고 외쳤다고 합니다.
문 선생님은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며 입에서
쌍욕이 나왔다고 해요.
그러다가 점쟁이가 갑자기 손을 놓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 니 봤으면 됐다.
너를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랬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다."
그리고는 다시 툭 쓰러지셨답니다.
정신을 차린 점쟁이는 어머니를 부르시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셨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께서 문 선생님께 사진
한 장을 보여주셨습니다.
사진 속에는 꿈에 나왔던 흰머리에 사마귀가 있던 그
할머니가 있었어요.
문 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이 사람이에요! 꿈에서 저를 괴롭히던 사람이요!"
라고 외쳤고,
어머니는 조용히
"그렇지?"
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문 선생님은 그런 꿈을 다시는 꾸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며칠 후,
어머니께서 아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며 문 선생님을
데리고 가셨습니다.
식당에서 아주머니 한 분과 형님 한 분이 계셨는데,
그 아주머니께서
"문아, 나 잘 모르겠나?"
라고 물으셨답니다.
문 선생님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아주머니께서 사진을 한 장 보여주셨는데,
역시나 꿈에 나왔던 그 할머니의 사진이었습니다.
문 선생님은 사진을 보고 화를 내며
"저리 치워요,
볼 때마다 너무 괴로워요!"
라고 말했는데,
그분들이 하신 말씀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분이 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야.
우리는 그 선생님 가족이고,
네가 어릴 때 우리랑 많이 놀았는데 기억 안 나니?"
알고 보니,
그 할머니는 문 선생님을 무척 아끼셔서
종종 집으로 데려가 놀아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서는 화재로 돌아가셨는데,
몸의 절반이 까맣게 그을린 상태였다고 해요.
문 선생님은 이 사실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아
몇 주 동안 끙끙 앓으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어머니께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엄마."
"왜 그러니?"
"그 할머니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라고?"
"그래, 그랬다."
"그런데, 엄마."
"응?"
"나 그 꿈, 4살 때부터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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