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과에는 여러 스터디가 있는데,
방학마다 3학년들과 훈장님이 1, 2학년들을
데리고 서당 생활을 했습니다.
한 달 동안 소학이나 논어 등을 공부하며
동고동락하는 프로그램이었죠.
그런데 제가 속한 스터디는 이름만 서당이지,
실제로는 어느 김 씨 가문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 같은 곳에서 생활하게 되었어요.
그곳은 정말 시골이라 폰도 잘 터지지 않았고,
화장실도 그야말로 아래에 직사각형 구멍만
뚫린 재래식 화장실이었어요.
심지어 목욕할 곳이 없어서 서당에 도착한 첫날
우리가 직접 천막을 치고 수로를 만들어야
했을 정도였죠.
게다가 서당 뒤쪽에는 무덤이 여러 개 있어서
밤만 되면...
아니,
저녁 7시만 되어도 분위기가 무섭고 으스스했습니다.
평일에는 훈장님이 오셔서 공부를 가르쳐 주셨고,
주말에는 자습으로 간단히 마무리한 뒤 술을 마시며
심신을 달래곤 했습니다.
그날도 다른 주말처럼 술자리를 갖고 있었는데,
맥주를 많이 마시면 화장실이 마렵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창호지로 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마 시간이 새벽 1시쯤 됐을 겁니다.
그 시간대는 무서울 법도 했지만,
술기운이 조금 있었던지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화장실은 생각보다 거리가 좀 멀었어요.
다섯 개 정도의 계단이 띄엄띄엄 2단으로
이어져 있었고,
그걸 다 내려가야 했거든요.
남자라면 그냥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볼 수도
있었겠지만,
여자 동기들도 절반은 있었으니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드디어 화장실에 도착해 닫혀 있던
문을 열려고 했는데,
문이 안 열리는 겁니다.
참고로 화장실 문은 철제로 되어 있었고,
누르면 잠기는 구조였습니다.
여기서부터 술이 깨기 시작했어요.
분명히 화장실 안에는 백열등 전구가 있었는데,
새벽 1시에 화장실에 누군가가 들어가 있었다면
불이 켜져 있어야 했거든요.
문에 반투명 유리가 있어서 안에서 불이 켜졌는지
안 켜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잠깐 볼일을 보고 나가려고 불을
안 켜놓은 걸 수도 있겠지'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일단 안에 누가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안에 누구 있어요?
왜 불을 안 켰어요?
사람 놀라게."
그런데 대답이 없더군요.
'여자라서 창피해서 대답 안 하는 걸 수도 있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심장이 쿵쾅거리는 걸
진정시키려 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이상해서 용기를 내 문을 두드렸습니다.
"똑똑."
2초 정도 지나니...
"똑똑."
안에서 누군가가 노크를 따라 하는 겁니다.
순간 소름이 쫙 돋더군요.
오줌 마려운 생각은 이미 사라졌고,
무언가 너무 이상해서 서당 본관으로 엄청난
속도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본관 문을 열자 술자리 게임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황당하게 저를 쳐다봤어요.
"형! 이상해요!
화장실 불 꺼져 있는데 문은 잠겨 있고,
제가 노크하니까 안에서도 노크를 했어요!"
이렇게 말은 했지만,
저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굉장히
횡설수설했던 것 같습니다.
형들은 제가 술에 취해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하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선배 한 분이 제가 하도 재촉하니 같이
가주겠다고 하더군요.
다시 화장실에 도착해 선배가 안에 누가 있냐고
물었는데,
역시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문 손잡이를 돌렸는데,
문이 그냥 열리더군요.
안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선배는
"야,
진짜 짜증 나게 화장실 같이 가고 싶으면 그냥 말하지.
왜 별 이상한 짓을 해?"
라며 질타했죠.
제가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해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본관으로 돌아왔는데,
선배가 툭 던진 한 마디에 그날 저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야, 너 아까 화장실 나갈 때 얘들 다 여기 있었구먼,
뭘 하고 온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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