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살 때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해 재수를 했습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친구들과 술을 한잔 하게 되었어요.
술자리가 길어져 새벽 2~3시까지 마시고 집으로 가게
되었는데,
저는 대구에 살고, 수성구 쪽에 있는 산 근처 전원주택에 삽니다.
그런 이유로 집에 오가는 길이 불편한 편이었어요.
그날은 너무 늦은 시간이라 부모님께 데리러
와 달라고 하기도 어려워서,
친구가 집 근처까지 데려다줬습니다.
거기서부터는 걸어서 집에 갔어요.
그런데 집으로 가는 길에 작은 저수지가 하나 있는데,
집에 가려면 반드시 그 저수지 근처를 지나야 해서
조금 꺼림칙했지만 어쩔 수 없이 갔습니다.
안 그래도 마을이다 보니 불빛도 거의 없고,
밤이라 주변은 조용했습니다.
긴장하며 걸어가는데,
저수지 쪽에서 갑자기
"푸드드드드득"
하는 소리가 났어요.
너무 놀라서 봤더니 저수지에 철새들이 날아들고
있더라고요.
이때까지만 해도
‘아오 XX, 놀랐네’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길을 걸었습니다.
저수지를 둘러서 가는 길 중간쯤에 정자가 하나 있는데,
거기를 지날 때 갑자기 아주 싸늘한 기운이 확 느껴졌습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더라고요.
‘설마... 아닐 거야...’
하며 저수지 쪽을 보게 되었는데,
저수지 중간쯤에서 어떤 여자가 저를 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얼굴은 반쯤 잠겨 있었지만 흰 얼굴에 빨간 눈,
젖은 머리카락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어요.
문제는 그 여자가 저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겁니다.
제가 움직이는 건지,
그녀가 다가오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순간에 마을에 있는 작은 절에서 계시던 스님께서
반팔 차림으로 물 한 잔을 들고 나오셔서 제 팔을
붙잡으셨습니다.
"정신 차려야 한다"
면서 스님께서 저를 절로 데리고 올라오셨습니다.
그제야 제가 저수지 쪽으로 계속 걸어가고 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발은 진흙에 빠져 엉망이 되어 있었고요.
스님께서는
"나무아미타불을 속으로 외우며 정신을 바짝 차리라"
고 말씀하셨습니다.
스님께서 저를 집까지 데려다주셨고,
그렇게 저는 집에 돌아와 자리에 누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자는 방에는 창문이 하나 있는데,
우리 집이 데크 위에 세워진 전원주택이라
창문 높이가 꽤 높아요.
즉, 사람이라면 창문 앞에 설 수 없는 구조입니다.
집 뒤로는 대나무 밭이 있어요.
자려고 누웠는데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눈을 떴더니
창문에 검은 그림자가 보이는 겁니다.
처음에는 바람이 불어서 대나무가 쓰러진 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림자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점점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요.
그림자는 제 방 창문을 타고 천장을 지나 벽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결국 제 머리 위까지 내려왔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엄마!"
하고 소리를 질렀고,
불을 켜고 방을 뛰쳐나와 기절해 버렸습니다.
그날 아침, 담배 한 대를 피우려고 밖으로 나갔는데,
앞집에 사시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상을
치르고 계시더라고요.
이틀 뒤에는 마을에 계시던 스님께서 어디론가 떠나셨고,
지금 그 작은 절은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실제로 제가 겪은 일이라 이야기하면 친구들이
모두 무서워합니다.
필력이 부족해 전달이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정말 잊을 수 없는 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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