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1살이었던 때,
제 생일 하루 전날 선배들과 함께 강화도 석모도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멤버는 저와 제 친구 두 명,
남자 선배 세 명,
여자 선배 두 명,
그리고 처음 보는 누나 한 명,
이렇게 총 9명이었죠.
저희는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모여서 SUV
두 대로 출발했는데,
선배들이 차를 좋아해서 스포티지와 산타페를 타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부터 그 누나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이 선배들 패밀리는 대부분 00학번과 01학번이었는데,
제가 신입생 OT에 가지 않고 다른 모임을 통해
이들과 친해진 터라,
1년 반 동안 제가 모르는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죠.
게다가 군대 간 선배들조차 휴가 중에 만나 다 알았는데,
갑자기 모르는 누나가 나타나니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누나는 처음부터 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고개만 살짝 까딱하는 정도였으며,
저녁까지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나름 제 생일을 앞두고 주인공이 된 듯한
즐거움이 있었는데,
그 누나의 조용한 태도가 분위기를 침체시키는 것 같아
조금 신경이 쓰였죠.
석모도로 가는 차 안에서 저는 스포티지 뒷좌석
가운데에 앉아 있었고,
그 누나는 제 오른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가던 도중 운전하던 형이 백미러를 보며
"또 그랬어?"
라고 묻더군요.
순간 저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네?"
라고 대답했더니,
형은
"아니야"
라며 대화를 끝냈습니다.
그 말이 뭔가 신경 쓰여서 옆을 보니,
그 누나가 눈을 감고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왼쪽에 앉은 선배는 자고 있어서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었고,
저 역시 형에게
"뭐가 아니냐"
고 물어볼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습니다.
펜션에 도착한 후 짐을 풀고,
점심 겸 저녁을 먹고,
바닷가에서 잠시 놀다가 펜션 1층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술이 몇 잔 돌면서 저는 점점 기분이 좋아졌고,
조용했던 그 누나도 술을 마신 후에는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죠.
그리고 밤 10시쯤,
운전하던 형이 그 누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너 아까 또 봤던 거 맞지?”
누나는
“어, 맞아.”
라고 대답했고,
형은
“아직도 그렇게 적응이 안 돼서 어떡하냐...”
라며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때 저는 처음으로 그 누나를 정식으로
소개받았습니다.
“얘, 너희는 처음 보지?
우리 학교 애는 아니고 내 고등학교 동창이야.
원래 엄청 활발한 애였는데 일이 있어서 차분한
스타일로 변했어.”
술기운이 올라 그랬는지,
저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했습니다.
“아... 근데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성격이
그렇게 변하신 거예요?”
형은 누나에게
“말해도 돼?”
라고 물었고,
누나는
“어, 상관없어.”
라며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얘는 19살 때부터 귀신이 보여.”
이야기의 핵심은 이랬습니다.
그 누나는 고3 시절 학교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쓰레기봉지를 뒤지고 있는 거지 같은 사람을 봤습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지나쳤는데,
잠깐 고개를 돌렸다 다시 보니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부터 그늘진 곳이나 어두운 곳에서 귀신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자주 기절했다고 합니다.
결국 너무 힘들어하던 누나는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와
스무 살에 결혼하게 되었고,
그 남편과 시댁에서 살다가 귀신 문제로 시어머니
권유로 분가했다고 합니다.
그 후 귀신이 가장 잘 보이는 곳 중 하나가 고속도로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산이나 커브가 많은 고속도로에서는 귀신이 서 있거나,
바위산을 기어오르는 모습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 모습을 처음 보면 사람 같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알아차리게 된다고 하더군요.
이야기 중간에 저는 분위기를 띄우려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에이~ 그럼 여기도 귀신이 있겠네요, 하하.”
그러자 그 누나는 현관문 쪽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어, 저기.”
저는 놀라서 본능적으로 그쪽을 보려 했는데,
누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습니다.
“고개 돌리지 마!
쳐다보면 자기가 보이는 줄 알고 다가와.”
그 순간,
모두 얼어붙어 30초가량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다른 형이 나서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고,
술을 더 사 오자는 이야기를 하며 다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경험은 당시 21살이었던 저에게 정말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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