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던 곳은 전방 GOP였는데,
아 생각만 해도 토 나올 정도야.
진짜 사람 살 만한 데가 아니지.
근무가 격주로 바뀌다 보니까 낮과 밤이
매주 바뀌거든.
그래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항상
피곤한 거지.
그래서 몸이 허약해져서 헛것을
본 걸 수도 있는데,
맨 처음엔 항상 실탄이랑 실수류탄을 들고
근무하니까 긴장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잠과 무더위,
혹한과의 싸움이었어.
어쨌든,
이건 내 분대 사수랑 부사수가 겪은 일이야.
군대에서 죽으면 개죽음이라는 말 있잖아.
GOP에선 자살이 정말 많아.
뻥 안 치고 한 달에 한 번은 어느 소초에서
자살 사건이 있었어.
그래서 애들 그만 좀 갈구고 단속
잘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
그런데 뉴스에는 절대 안 나오더라.
아무튼 내가 담당하던 섹터의 한 초소에서
예전에 자살 사건이 있었다고 인수인계받을 때,
전 소대원들이 그곳에 귀신이 나온다고
얘기했거든.
근데 그냥 헛소문인 줄 알았지.
그 초소는 약간 습하고 언덕 사이에
습지대 있는 곳에 세워져 있었어.
고가 초소로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하는 구조인데,
근무 서면 분위기가 음침하고 안개도
자주 끼는 데었어.
자, 본론으로 들어갈게.
어느 군대건 사수는 자고 부사수가
이글아이 장착해서 경계 근무 철저히
하는 거 알지?
그날도 사수는 자고, 부사수가 경계를
서고 있었어.
근무하다 보면 밀조(교대 조)라는 게
있어서 초소 인원을 교대해 주고,
교대한 인원은 대기 초소에서 잠깐
쉬다가 또 다른 조 밀어주러 이동하는
시스템이거든.
근데 이런 밀조도 부사수가 놓치면
사수한테 욕먹기 때문에,
부사수들끼리 예통(예상 통보)을 해.
“00팀 간다, 대기해”
라고 하면 그쪽을 주의 깊게 보는 거지.
그날은 예통이 오지 않았는데,
저 멀리서 누가 걸어오더래.
다행히 부사수가 놓치지 않고 보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하더래.
보통 밀조는 철책을 손으로 만지면서
뚫린 곳이 있는지 없는지 순찰하거든.
근데 대부분 귀찮으니까 그냥 걸어와.
근데 그 팀은 우경계총을 하고 한 손으로
철책을 하나하나 순찰하면서 오는 거야.
부사수가
“오, 오랜만에 FM으로 오네?”
하면서 보는데, 멀리 서는 못 느꼈는데 오는
속도가 진짜 빠르더래.
이제 거의 눈으로 확인 가능한 거리까지
왔는데,
GOP에는 자동차 라이트처럼 진짜 밝은
경계등이 앞을 비추고 있어.
근데 그 경계등 사이에 그림자가 져서
안 보이는 곳이 생기거든.
그런데 그 이상한 밀조가 그 빛 사이
그림자 구간을 지나지 않고,
바로 그다음 경계등 밝은 곳으로 나온 거야.
점점 속도는 빨라지고,
놓칠까 봐 부사수가 사수를 허겁지겁 깨우고
암구호 물어보려고 뛰쳐나가서
“손들어! 움직이면…”
하려는데,
거기서 사수랑 부사수 둘 다 다리 풀려
주저앉은 거야.
그 밀조가 점점 속도가 빨라지더니
어느새 초소 계단 밑에 와 있더래.
터벅터벅 한 명은 아래서 초소를 쳐다보고,
한 명은 계단을 올라오는데 둘 다
얼굴이 없었어.
쓰면서도 소름 돋는다...
그 둘은 그냥 주저앉아서 얼굴 없는 귀신을
보면서 넋을 놓고 있는데,
순찰하는 철책로 말고 뒤에 숨겨진 길에서
또 다른 소리가 나더래.
그래서 그쪽을 쳐다보니 거기에 또 다른
밀조가 오더래.
그게 진짜 밀조였던 거지.
순찰로로 오기 귀찮아서 편한 뒷길로 온 거야.
다시 계단을 쳐다보니까 귀신은
사라지고 없더래.
사수랑 부사수는 그냥 주저앉은 채로
진짜 밀조가 오는 걸 보고 있었는데
암구호도 안 하고 앉아 있었던 거지.
밀조 선임이 와서
“이 미친놈들아, 밀조도 안 잡고 뭐 하는 거야”
라면서 혼내려는데,
애들 상태가 이상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까 이 얘기를 해준 거야.
그 얘기가 소초에 퍼지면서 다들 그곳에서
근무 서는 걸 꺼리게 됐고,
소문이 중대까지 퍼졌지.
중대장이 순찰 오면서
“여기가 귀신 나온다는 곳이냐?
여자 귀신 나오면 좋지 않냐?”
라고 농담을 던지는데, 속으론
“그럼 중대장님이 직접 근무 서시죠”
라는 말이 혀 밑까지 나왔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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