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에서 살지만,
군 생활은 운 좋게도 인천에서 했습니다.
이 정도 얘기하면
"아 저 친구 복 터졌네!"라고 하실 수 있겠죠?
그런데요... 더 들어보세요.
행정 구역상 인천이 맞긴 한데요,
전철 타고 다닐 수 있는 인천이
아니라 섬이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17사에서 신병 교육
받을 때만 해도 완전 복
터진 줄 알았어요.
지금은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을왕리"가 제 군 생활지였어요.
인천 국제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20~30분 정도 들어가면
해변가에 부대가 하나 있어요.
경치와 전망은 정말 끝내줬죠.
혹시라도 수상한 분들이 보고는
좋아하며 달려들까 싶어서 부대 이름이나
소속은 밝히지 않을게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있던 곳은 해안 경비를 서는
경비 부대였어요.
시스템이 전방 GOP와 비슷했죠.
일몰 전에 투입해서 일출 후
철수하는 식으로 6개월간 해안,
3개월은 내륙에서 근무를 서는 곳이었습니다.
을왕리 해수욕장에 놀러 오시는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섬을 조금만 돌아다녀 보면
전체가 하나의 큰 산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초소도 해안가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산 정상이나 능선을 따라 고루 펼쳐져 있죠.
또 해안 경비라 실탄과 수류탄까지 착용했어요.
심지어 7.62mm M60 실탄까지 챙겨
다녔으니 얼마나 살 떨리겠어요.
저희는 생명 수당이 붙어 나왔다고
(아니라면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해서, 저희 부대 이등병 월급이 당시
어지간한 육군 병장 월급이었어요.
제가 02 군번이니...
자, 그러다 보니 한 초소에 들어가서
두 개 조가 2교대로 근무를 서거나,
초소에서 초소로 이동하며 교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초소와 초소 간의 거리는 빠르게 걸어서
15분 정도인데, 그 길이 산길이다
보니 실탄통, 수류탄통, 총기 등을 들고
다니느라 정말 죽을 맛이었죠.
자... 군 시절에 제가 직접 겪은 것 하나,
들은 것이 몇 개 있어요.
그중 제가 겪은 걸 먼저 얘기해 볼게요.
군에서 초소 경계를 설 때는
"A", "B", "C" 형에 따라 근무 형태가
달라지는 거 아시죠?
저희도 그랬는데, 자주 들어가는
초소가 있는가 하면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하는 초소도 있었어요.
산속에 있다 보니 주변에 무덤이
있는 곳도 있고,
그곳은 공항이 들어서기 전에는
산짐승들이 많았다고 해요.
그래서 가끔 거수자로 판단해서 쐈더니
고라니였더라는 얘기도 있었죠.
군대 이야기는 80%가 뻥이라곤 하지만,
저도 직접 야밤에 서 보니 좀 거시기한 게,
진짜 쏠 수도 있겠더라고요...
하여간 저희 중대가 근무하는
초소가 꽤 많았는데,
그중 귀신이 자주 나온다고 소문난 초소가
몇 군데 있었어요.
정확하게 이름을 밝히면 잡혀갈지도 몰라서
대충 말해볼게요.
44 초소, 58 초소, 52 초소 정도?
초소 중에는 단층으로 된 초소도 있고,
복층으로 돼서 수면이 가능한 곳도 있어요.
그중 제가 겪은 곳은 52 초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기억도 안 납니다. 그냥 52 초소라고 칩시다)
입니다.
제가 상병인가 병장을 달고 근무
나갔을 때였어요.
저와 제 부사수(일병), 그리고 다른 상병과
일병 이렇게 4명이 한 조였죠.
근무하러 간 곳은 레토나(군용차)로
이동하고도 걸어서 10분 더 들어가야
하는 위치였어요.
제가 근무자 중에서 제일 선임이었고,
소대 서열도 1위였던 걸로 기억해요.
그 초소는 뒤로는 미사일 기지
공사 중이라 산을 완전히 헤집어 놓은 상태였고,
앞으로는 갯벌이 쭉 펼쳐져 있었어요.
좌측으로는 사람이 다닐 수 없는 곳이었고,
그 너머 멀리 도로가 있었죠.
사람이 유일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은
우측의 작은 소로이거나,
개고생을 각오하고 산을 타고 뒤로
접근하는 거였어요.
아... 이곳도 자주 들어가는 곳이 아니어서,
사람 사는 느낌이 전혀 없는 곳이었어요.
여기에다 귀신이 자주 보인다는
소문이 돌던 초소라 꺼림칙한
느낌이기도 했고요...
얘들은 정리한다 뭐 한다 부산을 떨고,
저는 쉬면서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초번이라 부사수를 데리고 썰도
풀면서 한참 재밌게 있었어요.
제가 좀 고지식한 편이라 근무 시간에는
빡세게 하거든요.
그러다 근무 교대 시간이 되었고,
수면실에서 쉬던 조와 교대를 했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이 안 나는데
초저녁이었던 것 같아요.
부식으로 라면이 있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자자고 했어요.
부사수는 짬이 안 돼서 먹고 싶어도
찍소리 못 하고 같이 누웠겠죠.
그렇게 눈을 감고 있으니 슬슬
잠이 오더라고요.
부사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렇게 얼마나 잠들었을까요?
문이 열리면서 근무서던 녀석 중
(보통 부사수가 깨우죠) 하나가
"ㅇㅇㅇ 병장님, 근무 교대 시간입니다.
일어나십시오. ㅇㅇㅇ야,
일어나서 모시고 나와라."
라고 말하는 거예요.
교대 후에 수면을 하긴 하지만,
그 텀이 잠을 자긴 턱없이 부족한
편이었거든요...
아, 짜증이 나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어요.
따뜻한 곳에서 자다 나와서 그런지
바람이 꽤 쌀쌀하더군요.
부사수를 앞세우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총기랑 탄약을 보관하는...
뭐라고 부르더라?
전역한 지 6년쯤 되니 기억도 안 나네요.
여하튼, 총기 보관함이 2중 시건이라,
하나는 제가 가지고 있고 또 하나는
근무 조가 가지고 있어요.
제 걸 꽂고 근무자들이 마저 열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이 친구들이
문을 열 기미가 없는 거예요.
짜증 나서 한마디 했습니다.
"야 ㅇㅇㅇ, 미쳤냐? 문 빨리
안 열어? 짜증 나게..."
그런데도 이 친구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냥 저와 부사수만 쳐다보고
있는 겁니다.
더 어이가 없어진 저는 정색하며
나지막하게 불렀습니다.
"ㅇㅇㅇ."
"상병 ㅇㅇㅇ."
"지금 뭐 하는 거야? 근무 교대 시간
그냥 이렇게 보낼래? 인수인계 빨리 안 해?"
그러자 이 친구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당황하더군요.
"저... ㅇㅇㅇ 병장님?"
"너 오늘 사람 짜증 나게 하네...
빨리 인수인계 안 해?
젓도 빠져가지고..."
"그... 그게..."
"왜? 뭐야? 간부 순찰이라도 왔었어?"
"그게 아니라... 도대체 왜 올라오신 겁니까?"
이젠 제가 황당해졌죠.
자기들이 근무 교대라고 깨워놓고는
왜 올라왔냐고 묻는 겁니다.
살짝 멍해진 채로 대답했어요.
"근무 교대라고 깨웠잖아...
아, 너희 오늘 미쳤나 보다...
내려가지 말고 여기서 한바탕 할까? 응?"
이렇게 말하면서 제 부사수를 돌아보며 한마디 했죠.
"야, ㅇㅇㅇ, 너 들었어, 못 들었어?"
"일병 ㅇㅇㅇ, 들었습니다."
저는 “봤지?”라는 눈빛으로 근무조를
바라보며 설명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근무조 사수가 약간
당황하며 말하더군요.
"ㅇㅇㅇ 병장님,
저희랑 근무 교대하신 지 20분 지났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당연히 깨우러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와... 등 뒤로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저와 제 부사수 모두 시계를 확인했는데,
정말 근무 교대 후 20분밖에
지나지 않은 거예요.
이게 꿈이라고 하기엔 좀 이상했던 게
저 혼자 들은 게 아니라,
함께 있던 부사수도 분명히 들었고,
깨우러 문이 열리면서 찬 바람이
분명히 느껴졌거든요.
물론 잠결이었으니, 정확히 날 깨우러
온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한 말투로 깨웠단 말이죠.
아, 정말... 말로만 듣던
'취침 귀신'을 제가 만난 건가 싶기도 하고,
이 친구들이 나를 상대로
장난을 쳤나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워낙 철저하게 굴어서 뒤에서는
저를 씹었을지언정 앞에서는 감히
장난치진 못했을 것들이라 장난이었을 리가
정말 없거든요.
그리고 이런 초소 근무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근무 교대 후의 꿀맛 같은 휴식 시간에
장난을 치는 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아무리 고참이라도 후임한테 이런 장난은
절대 안 칩니다.
도대체 그게 뭐였을까요?
누가 저… 아니, 우리를 깨운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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