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있었던 건 아마 4년 정도 전일 겁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 즈음이었죠.
당시 저는 해운회사에 근무 중이었고,
인도 시카로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시카는 간디의 출생지로도
나름 유명한 곳이죠.)
업무는 무사히 마치고, 시카에서 뭄바이,
그리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왔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저녁 8시쯤 되더군요.
피곤하긴 했지만, 비행기에서 너무 많이
잔 탓에 졸리지는 않았습니다.
집 근처 번화가에서 내리며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조금 있으면 들어갈게."
하고 편의점에 들렀다가,
슬슬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동선은 번화가에서 나무다리를
건너 공원을 지나 아파트로 가는 식이었는데,
번화가에서 공원으로 넘어가는 길에
작은 하천이 하나 있습니다.
하천 폭은 약 5미터 정도 되고,
위에 나무다리가 있어 그 다리를 건너면
바로 공원이 나옵니다.
번화가 쪽이 지대가 높아서 하천 쪽을
내려다보며 나무다리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한밤중에 애들이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뭐지?"
싶어서 공원 쪽 놀이터를 봤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더군요.
그리고 그 정도로 먼 곳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었고요.
시선이 자연스럽게 하천 쪽으로 향했는데,
어린아이 두 명이 하천 쪽에서
놀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였어요.
그런데 그 하천은 여름에는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기도 하고,
번화가에서 아파트 단지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보니 사람들이 쓰레기도
많이 버리는 곳이라 절대로 아이들이
놀만한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5년 가까이 그 동네에 살았지만 그곳에서
누군가 노는 걸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죠.
차라리 공원에 있는 물놀이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걸 본 적은 있어도요.
‘얘네 뭐지?’
싶어 나무다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정말 너무 창백한 겁니다.
피부가 약간 푸르스름한 흰색인데,
입은 옷에 비해 피부가 너무 창백해서
마치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어요.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원래 조심성이 많아 애지 간하면 돌아섰을 텐데,
출장 다녀온 피로도 있고
"뭐 별일이야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나무다리를 건너려고 발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이들이 하던 소리를 멈추더니,
여자아이가 저를 향해
"아저씨~ 아저씨도 같이 놀래요?"
라고 묻는 겁니다.
무슨 객기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너희들끼리 놀아~"라고 대답했죠.
그러자 갑자기 아이들이 다리 바로 밑으로 와서는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겁니다.
그때부터 본능적으로
"아, 이거 잘못됐다." 싶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나무다리 옆으로
새하얀 손 두 개가 올라오는 겁니다.
근데 그 둑이 높아서 다리랑 하천 간의 거리가
적어도 4미터는 되었을 겁니다.
그 손을 본 순간,
"이건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확 들었고,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 몸이 마비된 것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손은 더듬거리며 다리 안쪽으로 들어오고,
제 몸은 움직이지 않고...
눈물이 날 것 같은데도 그때 마침,
"여보?"
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 소리에 고개가 갑자기 돌아가
공원 쪽을 보니, 아내가 서 있었습니다.
풀린 다리를 부여잡고 아내에게 다가가
"빨리 여기서 나가자."라고 했습니다.
공원을 지나 진정이 좀 되자 아내에게
궁금해졌습니다.
평소 아내는 절대 마중 나오지 않는 사람인데,
번화가에서 전화한 지 겨우 20분이
지났는데도 대충 패딩 하나만 걸치고
나온 게 이상했거든요.
그래서
"여보, 근데 왜 나온 거야?" 하고 물어봤습니다.
아내가 그러는 겁니다.
제가 버스에서 내려 곧 도착한다고 전화한 후,
잠깐 잠이 들었대요.
그런데 꿈속에서 자신이 상복을 입고
제 장례를 치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내가 "내 남편이 왜 죽냐?"라고
식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붙잡고 물으니까
사람들이 아내를 보며
"너 왜 이래, 네 남편 물에 빠져 죽었잖아!"
하고 소리쳤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라 잠에서 깨고는 예삿일이 아니다
싶어서 옷을 대충 챙겨 입고 저를 찾으러
나왔다고 했습니다.
핸드폰을 꺼내 보니 제게 부재중
전화가 엄청 와 있었습니다.
쓰고 나니 별로 무섭지 않지만,
그 당시에 저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출장 다녀온 피로도 있어서 연차를 이틀 내고
집에서 푹 쉬었습니다.
저는 공학도 출신이라 평소 귀신 이야기 같은 건
콧방귀를 뀌는 편이었는데,
그 일을 겪고 나서는 믿지는 않더라도
조심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동네는 이직하면서 떠나게 되었는데,
이사 가기 전까지는 밤에 절대
그 나무다리 쪽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돌아가려면 뺑 돌아가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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