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년 전, 내가 중학생 때 수원에서
실제로 겪은 일이다.
우리 엄마는 요구르트 아줌마였다.
새벽마다 요구르트를 배달하는 일을 했는데,
여름방학에 가족끼리 부산 해수욕장으로
여행을 가기로 해서 진짜 설렜다.
근데 우유 배달이나 신문 배달 같은 거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배달일은 휴가라고
쉬는 게 아니다.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여행 당일 새벽,
나랑 내 동생이 엄마 일을 도와드리기로 했다.
그래야 배달을 빨리 끝내고 조금이라도
일찍 출발할 수 있으니까.
각자 맡은 아파트 단지가 있었고,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부터
내려가면서 배달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일도 없었다.
엘리베이터에는 가끔 안에서 밖을
볼 수 있는 작은 창문 같은 게 있지 않나.
덕분에 층마다 집 앞 복도가 보였다.
배달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쓱
멈춰버린 거다.
비상벨을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어두운 엘리베이터 안에서 멍하니 서
있는데, 창문 너머로 무언가가 보였다.
그 층 복도, 집 앞에…
작은 아이가 앉아 있었다.
꼬마애였다.
세발자전거 위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는 숨을 죽였다.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눈을 깜빡이지도 못하고 얼어붙어
있는데, 갑자기 그 층의 센서등이 켜졌다.
순간적으로 복도가 밝아지면서,
나는 확실하게 봤다.
그 꼬마의 얼굴을.
너무 선명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다시 작동했다.
1층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무조건 밖으로
뛰쳐나갔다.
너무 무서워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는데, 이상하게도 그 단지를 한번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뒤돌아보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16층부터 1층까지…
모든 층의 센서등이 다 켜져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배달을 못 하겠다고
엄마에게 배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일이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휴가에서 돌아온 지 2주쯤 지나서,
엄마가 무심코 말을 꺼냈다.
"그 단지에서 한 2주 전에 4살짜리
애가 도로에서 세발자전거 타다가 공사
차량에 치여 죽었대…"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본 아이.
그 아이와 똑같았다.
그날 이후로 밤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졌다.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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