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 겪은 신비롭고도 섬뜩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지역은 우리나라와
기후가 달라서 바나나 나무나 열대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
항상 덥고 습한 날씨 덕분이지.
이번 이야기는 말레이시아 친구가 겪은 일인데,
정확히 말하면 친구 본인이 직접 겪은 건 아니고,
그 일을 직접 경험한 사람과 같은 숙소를 썼던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야.
그 친구가 대학 시절,
우리나라에도 있는 엠티 같은 걸 갔대.
숙소는 개별적으로 집이 한 채씩 지어져 있었고,
여러 채를 한 숙박 업체에서 관리하면서
관광객들에게 방을 빌려주는 형태였다고 해.
우리가 흔히 동남아 신혼여행 가서 묵는 멋지고
깨끗한 빌라 같은 곳은 아니었고,
현지인들도 가족 단위로 놀러 와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저렴하고 수수한 여관 같은
수준이었다고 해.
각 집마다 열 명 정도의 학생들이 배정받아서
묵었는데, 부엌도 갖춰져 있어서 밤늦게까지
음식 해 먹으며 놀기 딱 좋은 환경이었지.
그날 단체 일정이 모두 끝나고 나서 친구들끼리
숙소에서 모여 놀았대.
밤늦게까지 술도 마시고 과자도 먹고,
온갖 음식이 널려 있어서 쓰레기들이 꽤
쌓였다고 해.
다음 날 치워도 됐겠지만,
다음 날에도 일정이 있었고 늦게까지 놀다가
자면 아침에 일정 맞추느라 바쁠 거라 생각해서
자기 전에 친구 몇 명이 널려 있던 술병,
과자봉지, 음식 찌꺼기들을 주워서 한데 모았지.
그리고 그중 한 친구가 쓰레기 봉지를 밖에 내다
놓겠다고 했어.
그 친구는 그냥 숙소 문 앞에 두지 않고,
숙소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바나나 나무
아래에 놔뒀대.
우리나라도 도시 외곽으로 가면 나무가 많지만,
말레이시아는 우리보다 자연이 덜 훼손된
상태라 바나나 나무들이 숲처럼 빽빽하게
들어선 곳이 많아.
보통 가정집이 많은 동네에도 바나나 나무가
흔히 보이고, 도시 외곽으로 가면 작은 동산이나
야산에도 바나나 나무가 널려 있을 정도야.
그런데 중요한 건,
바나나 나무가 음기가 아주 강한 식물이라는 점이야.
이 음기가 워낙 강해서 잡귀들이 잘 모이고,
거기에 머무는 걸 좋아한대.
영안이 있는 사람들은 바나나 나무 근처에 숨어
있는 귀신들을 볼 수도 있다고 하지.
현지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쓰레기 버리러 간 친구는 평소에 바나나 나무를
너무 흔하게 봐 와서 그 순간엔 음기가 강하다는
사실을 떠올리지도 못했대.
그렇게 쓰레기 봉지를 놓고 숙소로 돌아온
친구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잠이 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그 친구만 깨어나지 못했어.
의식을 잃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헛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지.
친구들이 서로 말을 맞춰 보니,
전날 밤 쓰레기를 버리러 바나나 나무 아래로 간
친구가 바로 그 친구였다는 걸 알게 됐어.
그러자 무리 중 한 명이 말하길,
아무래도 귀신에 씌었거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했대.
그래서 급히 근처 작은 절인 지 사당에서
스님을 모셔 왔는데, 스님이 이야기를 듣더니 향을
피우고 반나절 이상 그 친구 옆에서 염불을
외우기 시작했어.
다행히도 그 친구는 결국 의식을 되찾았고,
스님이 나가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대.
"바나나 나무 아래에는 특히 여자의
성향을 띠는 잡귀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남자들이 그 근처에 가면,
귀신이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을 남자의
팔에 묶어 길게 늘어뜨린다.
그리고 그 남자가 그 장소를 떠날 때,
그 실을 따라 귀신이 함께 간다.
그렇게 해서 남자의 몸에 씌어 떠나지 않으려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눕거나,
운이 나쁘면 미치거나 언어장애를 겪을 정도로
강한 영향을 받는다."
스님의 이야기는 앓아누웠던 친구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이 배웅하면서 들었다고 해.
그런데 숙소로 돌아온 뒤,
깨어난 친구가 말하기를,
의식을 잃고 있던 동안 너무나도 예쁜데 얼굴이
파랗고 손톱이 시커먼 여자가 자신에게
다가왔다고 했어.
그 여자는
"평생 같이 살자"
며 다정하게 애원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며 윽박지르기도 하고,
또 매달렸다가 화냈다가를 반복했대.
그러다가 어느 순간 향 냄새가 퍼지더니,
그 여자가 갑자기 무섭도록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래.
그러면서 갑자기 그 친구의 목을 조르면서
울부짖었대.
"나는 절대 안 떠나! 못 떠나!"
그렇게 울부짖던 여자는,
이내 끔찍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현관 밖으로
길게 늘어진 붉은 실을 따라 두 팔과 두 다리로
방바닥을 기어 나가더래.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주위엔 친구들이
둘러서 있고, 스님이 향을 피워 놓은 채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고 해.
이 이야기를 들으니, 어릴 때 제주도에서 처음
바나나 나무를 봤던 기억이 떠오르더라.
그때 나는 바나나 나무에 달린 꽃을 신기해하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사진까지 찍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섬뜩하네.
요즘 동남아시아로 여행 가는 사람들이 많잖아?
혹시라도 바나나 나무 숲 근처에 가게 된다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특히 남자들은 밤이나 날씨가 흐린 날,
괜히 바나나 나무 근처에서 서성거리지 마.
자칫하면 한국까지 얼굴 파란 귀신이 따라올지
누가 알겠어.
아무리 외로운 싱글이라도,
평생 귀신이랑 함께 사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겠어?
예쁜 여자가 좋긴 하지만,
얼굴이 파랗고 손톱이 시커먼 데다가 방바닥을
기어 다닌다면…
아무래도 내 이상형은 아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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