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치킨집 사장님은 보통 사람들이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해.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특정 지역은 절대
안 가신대.
오늘은 사장님이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혹시라도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됐으면 해.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나면... 잘해줘야 해.
내가 일하던 XX치킨집은 새벽 3시까지 영업했는데,
장사가 엄청 잘됐어.
배달도 많았고 홀손님도 바글바글했지.
특히 그때가 월드컵 시즌이라 손님들이
끊이질 않아서 24시간 영업 얘기도 나왔지만,
사장님은 평소처럼 3시에 문을 닫겠다고
하더라고.
솔직히 난 그 말이 고마웠어.
하루 종일 일하고 나면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싶었거든.
"자~ 오늘 고생들 많았는데,
소래 가서 술 한잔 하자!
먹고 싶은 거 생각해 놔! 오늘은 내가 쏜다!"
사장님이 애주가긴 한데,
술을 자주 마시진 않았어.
대신 마시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서,
사장님이 술 마시자는 날이면 다음 날 가게를
안 여는 경우가 많았어.
덕분에 같이 일하는 형이랑 난 사장님
안 계실 때 몰래 얼싸안고 좋아했어.
다음 날 우리나라 경기가 있었거든.
이번엔 생방송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신났지.
소래에 도착해서 가게를 찾고 있었는데,
같이 일하던 형이 시장에서 사서 먹는 게
싸고 좋다고 했어.
근데 사장님은
"아냐, 비싼 거! 비싼 거 먹어!"
하면서 최고급 가게를 찾기 시작했어.
결국 룸식 가게로 들어갔지.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서 한참을 먹고
마시다 보니, 분위기가 달아올랐어.
그런데 사장님이 계속 미닫이문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거야.
"사장님, 왜 그러세요? 문에 뭐 있어요?"
"... 아냐."
그냥 아니라는 거야.
그런데 뭔가 찜찜한 표정이었어.
난 궁금한 걸 못 참는 성격이라 집요하게 물어봤지.
그러다 결국 사장님이 입을 열었어.
"예전에... 신기한 일을 겪은 적이 있어서 그래."
그 말 한마디에 가게에 있던 우리 다섯 명이
전부 사장님한테 집중했어.
사장님이 10대였을 때,
롤러스케이트장이 엄청 유행이었대.
그때 친한 친구 넷이서 늘 같이 다녔는데,
사장님은 미신을 엄청 좋아했었어.
손금, 관상, 점 같은 거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곳을 자주 들렀는데, 친구들 중 한 명이
미신을 절대 안 믿는 성격이었대.
덕분에 사장님은 맨날 점 보러 가고 싶어도
못 갔다는 거야.
근데 새해가 밝고 오랜만에 넷이 다시 모인 날,
그 미신 안 믿는 친구가 갑자기 점집을 가자고 했대.
"야, 새해인데 저기 한번 가보자."
사장님은 깜짝 놀랐어.
그 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이 간판부터
건물까지 허름하기 짝이 없는 점집이었거든.
이미 망한 것처럼 보였지만,
친구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가 버렸대.
깜짝 놀란 사장님과 친구들도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지.
안쪽으로 들어가니까 조그만 테이블에 중년의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어.
그런데 우리를 보더니 갑자기 후다닥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는 거야.
"뭐지? 뭐야? 가정집이야?"
다들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나가려는데,
갑자기 검은 봉지가 사장님 앞에 툭!
하고 떨어졌대.
아주머니가 던진 것 같았어.
그리고 아주머니가 딱 한 마디 했대.
"가. 그거 가지고 가."
목소리는 차분했는데,
떨리는 게 느껴졌다고 하더라고.
네 명은 봉지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른 채
그냥 들고 나왔어.
밖에 나와서 열어보니까,
거기에 40만 원이 들어있었대.
당시로선 엄청난 돈이었지.
이 돈을 다시 돌려드리자는 의견과,
준 거니까 쓰자는 의견이 엇갈렸는데,
결국 미신 안 믿던 그 친구가 나서면서
쓰기로 했어.
사장님은 왠지 찝찝했지만,
결국 돈을 다 써버렸대.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사장님은 갑자기 연락을 받았어.
"야, 너 급히 내려올 수 있냐?"
"왜?"
"10년 전에 우리 갔던 점집 기억나지?
거기 아주머니가 우릴 다시 보고 싶다고 하셔."
친구들을 만나 다시 점집에 가니,
아주머니는 여전히 그곳에 계셨어.
사장님이 뭔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주머니가 먼저 말했대.
"그 친구는 걱정 안 해도 돼.
너희 덕분에 좋은 곳으로 갔어.
많이 고마워했어.
든든한 친구들이라고."
그 순간, 사장님과 친구들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
왜냐면...
그때 함께 점집에 갔던 친구 중 한 명은,
지금 이 세상에 없었거든.
아주머니가 얘기해 줬어.
오래전, 따님이 있었는데 어느 날 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다고.
따님이 몸은 뒤로 걸어오면서 얼굴만
앞을 보고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따님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대.
그런데 10년 전,
사장님과 친구들이 점집에 들어왔을 때,
마지막으로 들어오던 그 친구도 똑같았대.
몸은 뒤로 걸어오는데 얼굴은 앞을
보고 있었다는 거야.
아주머니 말로는,
명이 다해 이승을 떠날 사람들은 그렇게
보인다고 하더라고.
그 이후로,
사장님은 미닫이문만 보면 그 친구와
아주머니가 떠오른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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