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제가 열 살이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에게는 이모가 한 분 계셨는데,
정신질환을 앓고 계셔서 가족들에게는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이모는 혼잣말을 쉴 새 없이 하셨고,
때때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집안을
돌아다니시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모가 원래부터 그러셨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젊었을 때의 이모는 굉장히 아름다우셨고,
머리도 좋으셔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태국 남성과 연애를 하셨고,
그 남자가 사실은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 일을 계기로 이모는 점점 이상해지셨고,
결국 정신질환을 앓게 되셨습니다.
그 후로 할머니께서 이모를 돌보셨고,
명절이면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이모네
집에 모이곤 했습니다.
그날도 마침 추석이라 친척들이 모두 이모네
집에 모였습니다.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모여 술을 마셨고,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며 놀았습니다.
숨바꼭질을 하면 흔히 숨는 곳이 있죠?
네, 바로 침대 밑입니다.
저도 그날 이모의 침대 밑에 숨어 있었는데,
손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잡혔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집어 들어보니,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목각
인형이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저는 더 밝은 곳에서 확인하려고 그 인형을 들고
어른들이 모여 있는 객실로 갔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할머니께서 깜짝 놀라시며
어디서 가져온 것이냐고 호통을 치셨습니다.
저는 이모 방 침대 밑에서 발견했다고 말씀드렸고,
그러자 어른들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습니다.
잠시 후, 어른들은 모두 이모의 방으로 가더니
침대를 통째로 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서 비슷한 형태의 목각 인형이
열 개가 넘게 더 나왔습니다.
각기 다른 자세로 성행위를 하는 남녀 목각
인형들이었고, 그 등과 아래쪽에는 피 같은
붉은 액체로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베개와 이불을 뜯어보니,
정체 모를 부적이 빼곡하게 접혀 있는 종이뭉치가
여러 개 나왔고, 그 속에는 이상한 벌레들이
들끓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얼굴이 창백해지시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고술'이다.
틀림없이 그 태국 남자가 한 짓이야."
그제야 어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할머니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할머니는 어렵게 입을 여셨습니다.
사실 이모는 태국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교제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물론 가족들은 극구 반대했지만,
이모는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러던 중 할머니께서 그 남자가 불법 밀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경찰에 신고해 중국에서 추방되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얼마 후,
그 태국 남자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는 자신이
‘강두술(降頭術)’과 ‘고술(蠱術)’
에 능한 사람이라며,
자신이 없으면 이모가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할머니는 겁이 나서 번호를 바꿨지만,
그 이후로 이모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그날 밤, 친척들은 이모를 데리고 근처 절로
가서 큰스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큰스님은 이모를 보시고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습니다.
"사술(邪術)과 고술(蠱術)을 함께 걸어놓았군요.
풀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지역은 습하고 음기가 강하여
고(蠱)의 기운이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그러나 절에 있는 향로는 수십 년 동안 향을
피워온 곳이라 양기가 강할 터이니,
목각과 부적은 향로에 넣어 태우고,
이모님은 정기가 강한 곳으로 보내
퇴사술(退邪術)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큰스님의 조언에 따라 친척들은 중국 곤륜산에
있는 유명한 도사, 마 선생을 찾아갔습니다.
마 선생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퇴마 가문
출신으로, 그의 집안은 대대로 구마(驅魔) 의식을
행해온 전설적인 가문이었습니다.
마 선생은 이모를 보자마자 단번에 상황을
파악하고 말했습니다.
"강두술과 고술을 겹쳐 걸어놓았군요.
지금까지 살아 계신 것도 기적입니다."
그러고는 부적을 태운 재를 물에 타서
이모에게 매일 마시게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이모의 소변에서 모기 유충
같은 벌레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모의 정신 상태도 점차 안정되었고,
가족들도 조금씩 안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모는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꿈속에서 머리는 사람의 얼굴을 하고,
몸은 뱀이나 지렁이처럼 긴 괴물이 자신을
쫓아온다고 했습니다.
마 선생은 그 이야기를 듣더니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괴물이 아닙니다.
그 태국 남자가 보낸 '스로핑(絲羅瓶)'입니다."
스로핑은 강두술사들이 낙태된 태아를
이용해 만드는 일종의 악귀였습니다.
머리만 둥둥 떠다니며 긴 창자가 따라다니는
모습으로, 실체가 있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 시에는
병아리나 쥐 같은 것을 잡아먹으며 힘을
보충한다고 했습니다.
마 선생은 며칠 후 스로핑이 도착할 것이니
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날 밤, 마 선생은 제자들과 함께 법진(法陣)을
그리고 의식을 준비했습니다.
밤 11시경, 마 선생이 긴장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왔습니다!"
이후 마 선생과 스로핑의 대결이 시작되었습니다.
법진 안에서 마 선생은 도목검을 휘두르며
주문을 외웠고, 한동안 귀를 찌르는 듯한 소음이
들렸습니다.
의식이 끝난 후,
바닥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날벌레들이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 선생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스로핑은 처치했지만,
고술은 문제입니다.
이건 저주를 건 사람만이 풀 수 있습니다.
다만, 건조한 지역에서는 고충이 번식하지 못하니,
가능하면 습한 지역을 피하고 북쪽에서
생활하도록 하세요."
결국 가족들은 이모를 중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흑룡강성으로 이주시켰습니다.
그곳에서 이모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그 후로 단 한 번도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고술의 저주가 언제 다시 발현될지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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