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시골 외삼촌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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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시골 외삼촌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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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지금은 돌아가신 삼촌과 숙모께서는

저를 무척 귀여워해 주셨습니다.

 

외가의 장남이셨던 삼촌은 할아버지로부터 토지와

산림 대부분을 물려받으셨습니다.

 

덕분에 직업을 가지지 않고도,

세상사에 관여하지 않으며 토지 임대료만으로

유유자적하게 살아가셨습니다.

 

삼촌 내외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오래된 단층집에서

아이도 없이 조용히 살고 계셨습니다.

 

맞벌이로 바빴던 부모님을 대신해 삼촌과 숙모께서는 저뿐만

아니라 누나와 동생까지 자주 집으로 데려가 맛있는

음식을 해 주시고, 용돈도 주시곤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라도 부모가 된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것 같다"

 

며 삼촌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사이도 소원했던

과거를 회상하시곤 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토요일마다 삼촌 댁에

놀러 가 과자를 얻어먹고 용돈도 받곤 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 동아리 활동과 보충학습으로

바빠지면서 삼촌 댁을 찾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던 고등학교 2학년 봄,

숙모께서 갑작스러운 뇌일혈로 돌아가셨습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숨을 거두셨다는 소식을

어머니를 통해 들었습니다.

 

그동안 설날이나 추석 명절에만 삼촌 댁을 찾았던 저로서는

숙모의 장례식 때문에 오랜만에 그곳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본 삼촌 댁은 완전히 황폐해져 있었습니다.

 

집안은 미닫이문이 너덜너덜하고,

전체적으로 퇴색된 느낌이었습니다.

 

빨랫감은 한데 쌓여 있었고,

예전부터 집안일을 돕던 가정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숙모께서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나이가 많아 일을

만두셨다고 했습니다.

 

"삼촌, 괜찮으세요?"

 

숙모를 잃고 혼자가 된 삼촌의 상황이 걱정되어 조심스럽게

여쭤보았지만, 삼촌은 공허한 표정으로

 

"아아..."

 

라는 짧은 대답만 하셨습니다.

 

한 사람뿐이던 가족을 잃은 삼촌의 모습은 보는 이마저

안타까움에 마음이 무너질 지경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가정부를 여러 차례 구하려 했지만,

새로 온 가정부들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떠나곤 했습니다.

 

그 이유는 얼마 후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죽림 안에 있는 낡은 단칸집에,

아무래도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어느 가정부가 그렇게 말하며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저는 도쿄의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고향을 떠나기 전,

삼촌께 인사드리고 오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고향을 떠나기

며칠 전 삼촌 댁을 다시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본 삼촌 댁은 숙모께서 돌아가셨을 무렵 황폐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깔끔하고 단정해져 있었습니다.

 

저는 새로 온 가정부가 일을 잘하시는가 보다 생각하며 삼촌께

물었습니다.

 

"건강해 보이시네요.

새로 오신 가정부 분이 좋은 분인가 봐요?"

 

삼촌은 읽고 계시던 책에서 눈도 떼지 않고 대답하셨습니다.

 

"아, 미타 씨는 무척 좋은 분이었지만 가을이 되기 전에

그만두었단다."

 

집안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고 빨랫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삼촌께서 스스로 하신 건가 싶어 의아해하며 다시

여쭤보려던 찰나, 삼촌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너, 숙모가 만든 튀김을 좋아했었지?

냉장고에 남아 있으니 먹고 가거라."

 

"숙모가 만든 튀김이요? 그게 아직 있어요?"

 

숙모께서 돌아가신 지 오래되었는데,

삼촌의 말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 어젯밤에도 오셨거든.

만들어 두고 가셨을게다.

냉장고를 한 번 보거라."

 

삼촌은 고개도 들지 않고 손가락으로 부엌 쪽을

가리키셨습니다.

 

저는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숙모가 있어요?

숙모가 어젯밤에 와서 튀김을 만들었다고요?"

 

저는 차마 죽은 숙모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고

얼버무렸습니다.

 

그랬더니 삼촌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아. 하지만 숙모는..."

 

삼촌의 얼굴을 본 순간,

저는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돋보기 너머 삼촌의 눈동자는 초점이 맞지 않고

공허했습니다.

 

저는 삼촌이 노망드신 게 아닐까 생각하며 얼른 자리를

뜨기로 했습니다.

 

그때 삼촌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돌아가기 전에 저기 있는 사다리를 좀

가져다주겠니?"

 

"저기에다가요?"

 

"아아. 매일 저녁 숙모가 저기서 내려오는 게 힘들어

보여서 말이다."

 

삼촌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불단 위에 있는

작은 벽장이었습니다.

 

"숙모가 벽장에서 내려오신다고요?"

 

삼촌은

 

"매일 저녁 숙모가 벽장에서 쓱 나와 삼나무

기둥을 타고 내려온단다"

 

라고 덧붙이셨습니다.

 

저는 더 이상 삼촌과의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고,

접사다리를 삼나무 기둥 옆에 세워둔 뒤 삼촌 댁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습니다.

 

몇 년이 지나 삼촌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조용히 의자에 앉아 생을 마감하셨다고 했습니다.

 

삼촌의 장례식 날,

저는 그곳에서 불단 옆 삼나무 기둥에 세워둔

접사다리를 발견했습니다.

 

사다리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분명 누군가 내려온 발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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