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에 군대 갔고,
전북 전주에서 군 생활했어.
전주에 사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35사단 말고 송천동에 있는 전주대대에서 복무했지.
근처에 아파트 단지도 있고 전북대도 있어서
외진 곳은 아니었어.
나름 괜찮은 지역에 와서 잘 적응하던 중,
다음 해 봄에 봉쇄선 훈련을 나가게 됐어.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봉쇄선 훈련은 북한군이 가상으로 침투한다고
가정하고, 일정 지역을 지키는 훈련이야.
그때 나는 일병이었고,
다른 선임 병사 한 명이랑 같이 진지에 배치됐지.
앞엔 좁은 하천이 흐르고 있었고,
시간은 점심때쯤이었어.
주먹밥 먹고 총 거치한 상태로 엎드려서 전방을
보고 있었는데,
딱 전형적인 따뜻하고 나른한 봄날이었지.
근데 진지 바로 뒤에 무덤이 있어서 살짝 찝찝하더라고.
낮이었고 다른 인원들도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딱히 무섭지는 않았어.
밥 먹고 나서 날씨가 따뜻하니까 잠이 오더라.
선임이 먼저
"조금만 자자"
고 하더니 먼저 잠들었고,
나도
"두 시간 정도 이 상태로 버티면 된다"
는 생각에 안심하고 엎드려 있다가 잠들었어.
한 30분쯤 졸고 있을 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
살짝 눈 떠서 전방을 봤는데,
눈앞 10cm 정도 앞에 사람 발이 보였어.
순간 깜짝 놀라서 총만 잡고 뒤로 자빠지는데,
그 신발이 농촌에서 많이 신는 노란 장화더라고.
그때 선임도 같이 깼는데,
그 남자를 보더니 짧게 비명 지르고
"누구야!"
라고 소리쳤어.
근데 웃긴 게 그 남자 얼굴이 안 보이는 거야.
밀짚모자 같은 걸 쓰고 있었는데,
햇빛 반사 때문인지 얼굴이 그냥 새까맣게 보였어.
"누구세요?"
라고 물어도 대답이 없더라고.
십 초 정도 우리를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뒤돌아서 무덤 쪽으로 그냥 걸어가는 거야.
우리 둘 다 너무 놀라서 숨 몰아쉬며
"씨발, 뭐야 진짜!"
이러고 있었는데,
한참 있다가 슬쩍 뒤돌아보니 그 남자는 없어졌더라.
그 사건은 그렇게 끝났고,
몇 달이 지나 겨울이 됐어.
이번엔 전주에서 가장 높은 모악산에 있는 전파 진지
지원 훈련을 나가게 됐지.
정상에 있는 전파 진지는 항상 소수 인원이 상주하는
곳인데, 우리 소대 인원 14명이랑 중대장이 올라갔어.
모악산은 이름에
"악"자가 들어가는 산답게 바위가 많고 오르기
쉽지 않더라.
한겨울이라 춥긴 했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정상에 도착했어.
저녁 9시쯤 됐더라고.
간단히 밥 먹고 훈련 대기하다가 자정쯤 훈련 시작했어.
1000 고지 가까운 산이라 구름이 밑에 깔려 있었고,
진지 구축 후 대기하는 훈련이었지.
사실 그냥 짱 박혀 있다 끝나는 훈련이라 별 부담은 없었어.
문제는 복귀하면서 시작됐어.
새벽 2시 넘어서 부슬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는데,
너무 미끄러워서 일렬로 조심히 내려가기로 했어.
내가 두 번째로 내려가는 순서였는데,
내려가는 중에 갑자기 내 옆으로 누가 휙 지나가더라.
그 사람이 산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는데,
노란 장화를 신고 있었어.
밀짚모자도 썼고,
미끄러운 바위나 어둠도 상관없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올라가더라고.
순간 소름이 돋아서 짧게 비명을 질렀는데,
주변 사람들 중 아무도 그 남자를 못 본 거야.
"저 아저씨 뭐야?"
라고 물었는데,
다들 아무 대답도 안 하고 묵묵히 내려가더라.
나도 그냥 그 무리에 섞여 산에서 내려왔어.
그 후로 부대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
새벽마다 외진 진지 쪽에서 다리가 없는 아저씨가 벽을
넘으려고 시도하다가 떨어지고,
또 점프를 반복한다는 소문이었지.
결국 그 진지는 폐쇄됐고,
CCTV가 대신 경비를 섰어.
제대 후에 부대를 방문했을 때 보니까,
그 진지 벽은 아예 사람이 넘을 수 없게 높아져 있더라.
그리고 최근 전주를 다시 갔을 때,
그 귀신 소문 돌던 진지를 제외하고 부대가
재정비되어 있는 걸 봤어.
진짜 뭔가 찝찝한 느낌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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