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저는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은 매일 잠을 잘 때 꿈을 꾼다고 하지만,
기억하지 못할 뿐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잠을 잘 때 굉장히 깊게 자는 편이라,
주변 사람들은 제가 마치 시체처럼 조용하게
잔다고 말합니다.
한 번 잠들면 아침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8시간 이상
푹 자곤 합니다.
그런데 그날은 꿈을 꿨습니다.
꿈속에서 어떤 여자아이와 함께 걷고 있었는데,
그 얼굴이 굉장히 익숙한데도 누구인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더군요.
그래서
"너 누구야?"
라고 물었지만,
그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습니다.
그러더니 종이에 전화번호를 적어서 저에게
주더라고요.
꿈이라는 게 그렇듯 처음과 끝은 희미하게 기억이
나지만, 전화번호만큼은 이상하게도
선명하게 기억났습니다.
잠에서 깨니 오전 7시였습니다.
"이 시간에 전화를 하면 민폐겠지"
싶어 점심시간 즈음인 1시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모르는 번호에 전화해서
"여… 여보세요?"
하며 어색하게 통화를 시작했죠.
"누구세요?"
"저기,
받으시는 분은 누구신가요? 저는…."
서로 어색한 대화가 이어져 정말 손발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 전화번호는 초등학교 여자 동창의
번호였습니다.
K양이라고 하겠습니다.
꿈에서 받은 번호라고 설명하며 혹시 짐작 가는 것이
있냐고 물어보니,
K양은 갑자기 당장 만나자고 하더군요.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제 P양의 장례식이 시작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이름만 들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P양의 사진을 보자마자
"아!"
싶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제 첫사랑이었던 여자아이였습니다.
풋풋했던 그 시절,
사귀었지만 중학교에 올라가고,
휴대전화를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던
친구였습니다.
옛날 생각에 잠기려던 찰나,
그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K양에게 물어보니 P양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고 전날,
K양과 P양이 만났다고 하더군요.
그 자리에서 제 이야기가 나왔답니다.
K양은 흐릿한 기억 속에서 제 이름만 떠올릴
정도였는데,
P양이 제 이야기를 꺼냈다고 했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철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지금까지도 생각이 난다"
며 제 얘기를 하며 추억에 잠겼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술을 마셨고,
다음 날 사고를 당한 거라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너무 놀라,
그날 저녁 장례식장에 갔습니다.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맞절을 하고,
영정사진 앞에서 절을 올리며 정말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영정사진을 보는데 꿈에서 본 얼굴과 똑같았습니다.
마치 그녀가 죽기 전에 제 생각이 나서 꿈속에서 저를
찾아온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10년 만에 초등학교 동창들도 몇몇
만나고..
그것도 참 기묘한 일이었죠.
평소에 귀신같은 것은 믿지 않는데,
정말 신비하고 묘한 경험을 한 것 같았습니다.
'무서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서운 이야기> 35사단 진지 공사 중 겪은 일 (0) | 2024.11.22 |
---|---|
<무서운 이야기> GP 초소 통문에 붙어있는 부적 (0) | 2024.11.22 |
<무서운 이야기> 사기꾼으로 몰린 무당 이모 (0) | 2024.11.20 |
<무서운 이야기> 유럽 여행 가서 한 낙서 (0) | 2024.11.20 |
<무서운 이야기> 재수 없는 선임이 해준 이야기 (0) | 2024.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