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일요일 빈 사무실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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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일요일 빈 사무실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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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에 아는 언니한테 직접 들은 실화인데,

언니 말로는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귀신이라고 하더라.


술자리에서 듣고는 술이 확 깨고,

이걸 내가 겪은 게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밖에

안 들었다.

 

그 언니가 양재동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데,

회사가 10층이 넘는 꽤 큰 건물에 있대.


큰길 하나 건너면 바로 산이 있는 곳인데,

회사는 그 건물에서 두 층을 빌려 쓰고 있대.


근데 이 건물이 전에는 묘지였던 자리에

세워진 거라서 그런지,

음기가 세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하더라고.


여자 사원들이 기가 세다고 우스갯소리로 스스로

위로하곤 했다던데,

언니는 그 말을 믿지 않았어.

 

그 회사는 일이 별로 많지 않아서 주말에는

거의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데,

주말마다 한 명씩 당직을 서야 한대.


언니가 그걸 굉장히 불만스러워했어.

 

지난 1월 어느 일요일에 언니가 당직을 서게 돼서,

빈 사무실에서 혼자 컴퓨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대.


그런데 오후 다섯 시쯤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어.


마침 생리 중이라 생리대를 따로 들고 가기 귀찮아서,

아예 핸드백째로 들고 갔대.

 

회사 화장실이 늘 그렇듯, 화장실 입구 문이 꽤

무겁고 쇠문이라 열고 닫으면 소리가 엄청나잖아?


근데 들어갈 때도 아무 소리 없었고,

안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가운데 칸에

들어갔대.


볼일 보면서 심심해서 휴대폰 게임도 하고,

핸드백은 문 위쪽에 있는 고리에 걸어뒀지.

 

그런데 갑자기,

칸 아래로 하얀 손 하나가 쓱 들어오더라는 거야.


언니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려고 했는데,

처음엔 그냥 누가 뭘 떨어뜨려서 찾으려고 손을

넣은 거라 생각했대.


근데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래.

 

우선, 들어오는 소리가 전혀 없었던 것도 이상했고,

한겨울인데 그 팔이 맨 팔인 것도 이상했어.


그리고 결정적으로,

손의 각도가 너무 이상하더래.

 

보통 사람이 꿇어앉아서 손을 밑으로 넣으면

팔이 위로 향하고 손목이 꺾이잖아?


근데 그 손은 마치 바닥에 누워서 집어넣은 것처럼

팔뚝이 바닥에 딱 붙어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팔이 양옆으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앞뒤로도 들어왔다 나갔다 했대.

 

그게 사람이 아니라는 걸 직감한 언니는

너무 무서워서,

다리랑 팔로 칸 벽을 꽉 붙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어.


근데 조금 있다가 옆에서 똑같은 방향으로

또 다른 손이 하나 더 들어오더라는 거야.


두 손이 서로 부딪히기도 하고,

따로 움직이는 게 마치 두 사람의 팔 같았대.


그중 하나는 거의 어깨까지 들어와서 화장실

안 쓰레기통까지 손이 닿았대.

 

언니는 너무 무서워서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못 하고

소리만 지르고 있었는데,

그때 옆 사무실 남자가 소리를 듣고 화장실로 뛰어왔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그 손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는데,

언니가 걸어둔 핸드백이 그 순간 위에서

떨어졌다는 거야.


그 손들이 핸드백을 끈째로 들어 떨어뜨리고

사라졌다는 게 더 무서웠대.

 

그날 있었던 일로 회사가 한동안 떠들썩했고,

언니는 그 뒤로 화장실이 너무 무서워져서 항상

발을 바닥에서 띄워놓고 볼일을 본대.


지금도 그 손들이 잊히지 않고,

핸드백이 떨어진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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