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때의 일이었습니다.
18살에 자취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이었고,
남자였습니다.
부모님이 부득이하게 다른 곳에서 일을
하게 되셔서 저만 서울에 남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서울의 한 복도식 아파트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혼자라는 생각에 자유로움을 느꼈지만,
사실 혼자 산다는 자체가 처음이라
밤마다 좀 무서웠습니다.
집이 한기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특히 밤에만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부모님과 살 때는 새벽에
일어나 본 적이 별로 없었지만,
이사 온 이후부터는 새벽에 꼭 한 번씩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몇 시인가 방에 붙어 있는 시계를 보면
새벽 2시를 가리킬 때가 많았습니다.
(새벽 1시 50분에 깨어날 때도 있었고,
2시 10분에 깨어날 때도 있었습니다.
여하튼 2시 가까이 한 번씩 깼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잠이 드는데,
그러기를 반복한 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 2시쯤 눈이 떠졌습니다.
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다시 자려했는데,
평소에는 다시 잘 자지 않던 제가 그날따라
잠이 안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복도에서 구둣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방 바로 옆이 복도이고, 침대가 그 복도 쪽으로
붙어 있어서 누워 있는 왼쪽이 복도였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에서 우리 집 쪽으로
오는 구둣발 소리였고,
그 소리가 왠지 모르게 오싹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목적지가 우리 집일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구둣발 소리가 가깝게 들리다가
딱 우리 집 앞에서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멈추고 나서 한참을 있다가,
우리 집이 번호키인데,
(뚜껑을 슬라이드처럼 올려서 번호를 누르고
내리면 열리는 구조였습니다.)
갑자기 그 슬라이드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슬라이드를 올릴 때 삐빅! 소리가 났고,
천천히 한 글자씩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집 비밀번호가 7자인데,
속으로
'제발 열지 마라 ㅠㅠ 제발 7자만 아니길ㅠㅠㅠㅠ'
하고 기도했습니다.
저는 새벽에 눈 뜬 상태로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혹시 움직였다가 인기척이라도 나서
밖에 무언가가 흥분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때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삑.... 삑..... 삑...... 삑.... 삑..... 삑..... 삑
7글자가 다 눌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발 다음 글자도 눌러!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러나 좀 망설이다가 슬라이드를
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때 정말
"아, 죽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삐삐 삐삐삐!! 하고 비밀번호가
틀렸다는 신호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오 지져스 ㅠㅠㅠㅠ 부처님, 하느님,
알라신 감사감사 ㅠㅠ'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경고음이 들리기 무섭게 다시
슬라이드를 올리더니 아까 전과는
다른 속도로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삑. 삑. 삑. 삑. 삑. 삑. 삑. 삑
삐삐삐삐삐삐!!!!
다행히도 또 틀렸습니다. 그러다 다시
올려서 더 빠른 속도로
삐삐삐삐삐삐 삑!!
누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짜 학교 갔다가 집에 올 때 장안에
엄청난 것들이 제 몸 밖을 빠져나가려고
했을 때 초스피드로 비밀번호를 눌렀을 때와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비밀번호는 틀렸습니다.
그러다가 몇 번 계속 틀리니까 기계가 작동을
안 하는 것입니다.
(계속 틀려서 기계가 자동 인식하고 멈춘 것입니다.)
'아, 다행이다ㅠㅠ 이제 못 들어오는구나,
썩 꺼져버려ㅠㅠ'
이렇게 생각하며 한참 잠잠했었습니다.
숨 좀 돌리고 침대에서 조용히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물을 마시려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찰나, 문득 생각났습니다.
'왜 구둣발 소리가 안 들리지?'
구둣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문 앞에 있다는 걸 깨닫기도 전에 다시
삐삐삐삐삐삐삒!
하고 번호를 거칠게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기계가 멈추고 좀 기다리면 다시 재작 동하기
때문에 그걸 알고 그냥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아, 이판사판! 현관으로 달려가 문고리도
잠그고 위에 문 걸쳐놓는 것도 해놓고
침대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또 잠잠해졌습니다.
분명 기계가 멈추지 않았는데도 누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침대로 달려가 막 이불 뒤집어썼을 때
그 사이에 미칠 듯한 공포에 버튼 누르는
소리도 안 들렸습니다.
'혹시.... 연건가?'
하는 불안감에 미칠 것 같았습니다.
이불을 뒤집어쓴 걸 살짝 들쳤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안 들추는 게 좋았을 텐데,
왜 그때는 꼭 들춰야만 할 것 같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들쳤는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머리 뒤쪽에서
(침대 밑에서 들리는 것처럼)
'못 들어올 줄 알았지?
못 들어올 줄 알았지?
못 들어올 줄 알았지!!!!'
소곤대듯이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상태로 가위를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가위라고 해야 할지.
몸이 안 움직이긴 했는데 그다음부터
기억이 없었습니다.
기절했었나 봅니다.
아침에 딱 깼습니다.
(그날이 놀토여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꿈이 아니었던 게 일어나서 곧바로 현관으로
가보니까 문고리도 잠겨 있었고 위에
걸쇠도 걸려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문을 빼꼼히 열고 밖을 봤는데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비밀번호 누르는 곳을 봤습니다.
겉은 멀쩡했는데 그 슬라이드를 올려보고 진짜
기절할 뻔했습니다.
숫자판 중에 우리 집 비밀번호에
해당하는 숫자들이 칼로 긁은 것처럼
마구 난도질당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기절초풍할 일을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부모님은 아무래도 제가 외아들이고 그동안
혼자 둔 게 걱정되셨는지 바로 올라와
이야기를 다 들려드리고 비밀번호에
난도질당한 것도 보여드렸습니다.
부모님도 놀라셔서 혹시나 그 시간대에
아파트 정문에 찍힌 CCTV가 있나
경비실에 물어봐서 확인했는데,
그 새벽 2시 전으로부터 2시간까지
살펴봤지만 구두를 신었거나 특이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찍힌 사람이 5명 정도 되었는데 모두
아파트 주민이었습니다.
결국 도어록도 새 걸로 교체했고,
부모님도 며칠 계시다가 다시 내려가셨습니다.
그 일 이후로도 잘 때는 좀 무서웠지만,
점점 새벽에 일어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살면서 귀신 따위는 믿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귀신을 경험하고 나서
귀신이 있긴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무서웠습니다.
10년 동안 뺄 땀을 침대에서 다 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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