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하고도 반년 정도 더 지난,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
지금도 적으면서 소름이 돋는데,
당시 저는 막 수능을 친 뒤였고,
여느 친구들처럼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주변에 딱히 놀러 갈 데가 없었습니다.
(완전 시골깡촌은 아니고 술집, PC방,
노래방 같은 기본적인 곳은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영화 보고 놀면서,
저녁에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그런
생활이었습니다.
정확히 금요일로 기억하는데,
그날도 학교 오전 수업이 끝난 후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약속을 정하고 헤어졌습니다.
저녁에 친구의 부모님이 어디 가신다길래
그 집에서 술을 마시기로 했습니다.
다음날이 놀토라서 우리 모두 삐뚤어지게
마셔보자고 했지요.
항상 모이는 7~8명의 고정 멤버가 있었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시간이 맞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미리 만원씩 거뒀었는데,
정작 모인 것은 4명밖에 없었습니다.
집을 비워준 친구와 저, 그리고 다른 동네에
사는 반 친구 2명이었습니다.
8명이 먹어도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돈으로
4명이서 즐길 수 있으니까 우리는 좋아했습니다.
서로 꽐라 만들겠다고 내기하니 어쩌니 하면서,
친구 어머니가 해두고 간 부대찌개에 배달시킨
치킨, 족발을 뜯으면서 한잔씩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 헛소리도 하면서
한창 떠들고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2~3시쯤 되었나?
갑자기 바깥에서 철-커덕 하고 현관문 소리
비슷한 쇳소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가 겨울이라 친구 집이 외풍도 심하고
거실은 추워서 안방에서 문을 닫고
술판을 벌였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바깥쪽에서 그런 소리가 나니까
저와 친구들이 다 얼어붙었습니다.
친구 부모님이 오신 줄 알고요.
(집을 비워준 친구를 편의상 A라고 하겠습니다.)
A가 조금 혀꼬인 듯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일단 가만히 있으라고,
부모님이 들어오신 것 같으니 한번 보고
오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때만 해도 엄청 깨지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A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이 잘 아시는
사이였으니까요.
여하튼 A는 방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닫고,
우리는 안에서 가만히 소리만 듣고 있었는데,
처음에 뭐라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 이후로
이상하게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2분 정도 지났나?
기분이 이상해져서 저는
“이왕 혼날 거 먼저 매 맞고 빨리
정리하고 돌아가자”
는 생각으로 방문을 열고 나가봤습니다.
이상하게 아무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현관문 쪽에서 위-잉 하는 바람 소리가
들리길래 자세히 보니 살짝 열려 있었습니다.
직감적으로 뭔가 일이 터졌다는 느낌에
방에 있던 친구 두 명과 함께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셋이서 밖에 나가니까,
사람도 별로 없는 시간이고 가로등도
고장이 나서 너무 어두컴컴하니 지레
겁부터 나는 것입니다.
급하게 A 번호를 눌러서 전화해 봐도
받지도 않고,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친구 두 명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춥다고
칭얼대면서 들어가자고 했습니다.
제가 진짜 그때 술기운에 쌍욕 하면서 A를
찾아보라고 하니까,
그제야 정신을 좀 차렸습니다.
그러다가 같이 찾던 친구 한 놈이
“야, A 저기 있다”
라고 하길래 가리킨 쪽을 봤더니 A가
아파트에서 좀 떨어진 공터 쪽으로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 먹고 있던 놈이 뜀박질이라니...
자세히 보니까 누군가 뒤따라 뛰고 있었습니다.
두 명이 A를 쫓아가고 있더군요.
옆에 있던 분리수거함에 있던 나무 몽둥이
비슷한 것을 집어서 저와 친구 두 명이서
쫓아갔습니다.
저도 100m에 13초대라서 꽤 자신 있었는데,
계속 뛰는데도 술 때문에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뛰던 친구도 나와 비슷하게 달리던
놈이었는데 마찬가지였고,
다른 친구는 살집이 좀 있어서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는 당장 112에 신고하라고
하고 둘이서 쫓아갔습니다.
조금 더 뛰어가다가 A가 계속 불빛이 안 드는
쪽으로 도망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쫓아가면서...
그때 더 이상 가면 정말 무슨 일이 날 것 같아서
남은 힘으로 부르면서
“야이 개새끼야”
라고 진짜 큰 소리로 욕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친 상태에서 어떻게
그렇게 큰 소리를 냈는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쫓아가던 두 사람 중 한 명이
뒤돌아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A가 쓰러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한 사람도 같이 멈췄습니다.
제가 막 소리 지르면서 달려가니까 둘 다
저를 지긋이 바라보더군요.
순간 오싹하면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거리도 있고 어두워서 확실히는 안 보였지만,
뛰어가면 갈수록 스멀스멀하더니 가까이
가니까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술 먹어서 제정신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쓰러진 A를 일으켜 세운 다음,
제가 A에게 누구한테 쫓겼냐고 쌍욕을
미친 듯이 해대니까,
A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리더니 정신을
차렸는지 갑자기 저에게
“왜 지랄이냐”
고 하면서
“우리 바깥에 왜 있냐”
고 하더군요.
제가 열받아서 따귀라도 때리려고 손을
올리려는데,
그때 갑자기 뒤에서 펑- 하고 폭발음이
나더군요.
친구 집 쪽에서 난 소리였습니다.
그리고 119가 오더군요.
(다음 날 A에게 들었는데 가스
사고였다고 합니다.
분명 가스 새는 냄새 같은 것은 못
맡았거든요.)
A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는 긴장이 풀려서 진짜 눈에서 눈물이
다 나왔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술이 다 깨서 A에게
쌍욕을 해대고 참...
아직까지 의문인 것은 부르지도 않은 119가
어떻게 왔냐는 것이고,
분명 친구 전화에는 112가 찍혀 있었고,
그는 제 말대로 112에 신고했다고 했습니다.
뭐 어찌 됐든 그건 그렇다 치고...
좀 소름 끼쳤던 것은 A가 우리와 술을 마시다가
방문을 열고 나간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그 뒤로 어떻게 된 것은 모르고 꿈을
꿨다고 합니다.
꿈에 외할머니가 나오시더니
“잠시만 어디 나갔다 오라”
고 하시고,
A는 “싫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계속 가야 한다고 하시길래 하는 수 없이
따라갔는데,
정신없이 따라가다가 A가 언제까지
가야 하냐고 힘들다고 하니까,
외할머니가
“이제 거의 다 왔다”면서
“잘 있어라”라고 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깨니까 제가 쌍욕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알고 보니 A의 부모님은 외할머니 제사
때문에 외가로 가신 것이었고,
그리고 저와 같이 쫓아가던 제 친구는
스멀스멀 사라졌던 두 사람은 아예
본 적이 없고,
그냥 A만 죽어라 쫓아간 것뿐이었습니다.
제가 왜 몽둥이를 가지고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두 사람은 아직도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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