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2015년경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왔던
작성자가 섬에서 겪은 기이한 이야기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40대 평범한 남성입니다.
한 달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계기로
더 이상 지체되면 영영 글을 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20년 전 어느 섬에서 겪은
마귀 굴 혹은 마구 굴이라 불리는 곳에
대해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20년쯤 전
10대였던 저는 방학을 맞아 아버지와 함께
바다를 보러 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3살 터울 삼촌과 함께
아는 선장님이 있다며 2박 3일간
여행을 가자 하였고 여행 당일날
전남 고흥군의 한 항구에 도착하여
지인인 선장님의 배를 타고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한 섬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한 시간쯤 배를 타고 섬으로 도착한 후
첫인상은 무언가 이질적이었습니다.
부두라고 할만한 것도 없고 그저
배를 잠깐 정박시키고 내리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선장님 말로는 이 섬은 본인의 가족들과
친척들만 농사를 지으며 사는 섬이고
섬 인구는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배에서 내린 후 조금 걸어가다 보니
주위에는 이상하게 높은 돌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통의 섬마을 돌담이 아닌 제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돌담이었습니다.
그 돌담길을 지나자 이질적으로 느껴지던 기분이
사라질 정도로 그냥 평범한 시골 집들이 나왔습니다.
선장님은 우리에게 해가 저물면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며 신신당부했고,
이상한 소리가 나더라도 그저 바람소리일 뿐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약간 신경 쓰였지만, 짐을 풀고 해변으로
가니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해변에는 저와 삼촌 아버지 외에도
다른 집의 친척이라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두명의 남자들과 금방 친해져 5명이서
해변가를 전세 낸 것처럼 음식을 먹고 수영하며
즐거운 여행을 즐겼습니다.
그렇게 날이 저물고 원래 술을 드시지 않는
아버지는 저와 삼촌 남자 2명에게 이제
숙소로 돌아가자, 해가지면 날이 춥다고 했고,
이미 거센 바람과 파도가 자리 잡고 있던 곳까지
넘실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쯤 이상한 쇳소리가 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날이 금방 어두워져서 서둘려 짐을 챙기던 저는
아버지가 좀 더 있다 가겠다는 2명의 남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고집을 꺾지 못하고 저, 아버지, 삼촌은
다시 숙소로 향했습니다.
아버지는 가는 내내 저러면 큰일 난다고
걱정을 했고 저는 뭐 별일 있겠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삼촌은 자기가 가보겠다며
저와 아버지는 숙소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해서 한참이 지나도
남자 일행과 삼촌은 돌아오지 않았고
걱정이 된 저는 아버지께 삼촌 찾으러 가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지만,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고
선장님의 아내분이 아버지께 할 말이 있다며
저를 다른 방으로 보냈습니다.
호기심에 저는 방을 나와 둘의 대화를
몰래 엿들었습니다.
선장님의 아내분은 마귀 굴에 홀린 거다.
내일 날이 밝으면 찾으러 가자.
지금은 마귀 굴이 돌아다닌다.라고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는 이미 마귀 굴에 대해 선장님께
들었는지 수긍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삼촌을 찾을 생각이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난 저는 삼촌을 찾으러
몰래 대문 바깥으로 나갔고, 칠흑 같이
어두운 돌담길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돌담길에 도착한 저는 문득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그전까지 들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소리가
자세히 들려오는데 그 소리는
뱀의 소리와 환자의 쇳소리가 같은
기묘한 소리가 돌담 넘어에서
들려온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바람소리겠거니 무시하고
돌담길을 나서는데 저는 확신했습니다.
바람소리 파도소리와 상관없는
다른 무언가의 소리라고
그리고 돌담을 무언가 손톱으로 긁는
소리까지 나고 있다는 걸 말이죠.
그 소리에 온몸이 굳어 버린 저는
돌담길 넘어에서 검은 형체를 보았습니다.
저는 패닉 상태에 빠져 소리를 지르며
숙소로 뛰쳐 들어왔습니다.
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며 마귀 굴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밤새 들어야만 했습니다.
밤이 지나 아침이 밝아오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기괴한 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저는 선장님의 아내분과 해변으로
갔지만 해변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삼촌과 두 남자의 움직인 흔적조차 없었습니다.
선장님의 아내분은 마귀 굴이 잡아갔다고 했고
이 섬에는 마귀 굴, 마구 굴이라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들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로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어두워지면
바다에서 올라와 돌담 넘어를 돌아다닌다고,
마을에 높은 돌담이 있는 것도 그 마귀 굴이라는
것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해변을 수색한 저와 아버지는
숙소로 돌아왔고 선장님이 오시기 전까지
숙소에서만 남은 날을 보냈습니다.
선장님이 다시 섬으로 돌아오고,
그간 있던 일을 말하자 선장님은
육지로 돌아가 실종신고를 하자고 하셨고,
그 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습니다.
삼촌의 실종신고를 한 후 경찰과 동행해
선장님을 찾아갔지만 선장님은 배를 타는걸
그만두셨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섬의 이름도 위치도 몰랐던 아버지와 저는
주변의 몇몇 섬들을 찾아가 봤지만
모두 그 섬이 아니었고 경찰분의 찾아내는
것이 있으면 알려주겠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그 후 삼촌은 결국 사망처리가 됐고
이것이 저의 마귀 굴 섬에서의 기억입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삼촌과의
사진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날 들려온 소리를 들으며
돌담길을 헤매는 악몽을 꿉니다.
제가 본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그 섬은 도대체 어디이고 어떻게 됐을까요..
이제 마귀 굴에 아는 사람이 세상에
저하나만 남은 거 같아 무섭습니다.
마지막으로 섬에서 그다음 날
돌담길 근처에서 주웠던 것들을 올립니다.
손톱은 너무 더럽고 악취가 심해 씻어서
보관하였고, 훨씬 길었던 손톱을 보관한
상자도 있었지만 잃어버렸습니다.
저는 그 돌담길 근처에 왜 수많은 손톱들이
떨어져 있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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