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해줄까?
이 일은 제가 군대 전역하기 한 달 전에
겪었던 일입니다.
제가 있던 부대는 중대 규모의 작은
부대여서 보통의 부대들은 말년이면
근무를 서지 않지만 그 당시 인원
부족으로 잠시 대타로 외각 경계
근무를 서게 됐습니다.
워낙 작은 부대라 외각 경계 근무라고
해봐야 부대 주위를 치고 있는 담장과
우류 창고 탄약고 주위 초소를 한 시간
반가량 도는 것이 전부였기에 후임들을
위해 어차피 말년에 할 것도 없으니
해주고 있었습니다.
바람 한점 없이 소복이 함박눈이 오던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를 거 없이 근무
준비를 하고 1번 초소부터 천천히 돌며
'이 햄스터 쳇바퀴 짓도 얼마 안 남았구나'
생각하면서 부대 주위를 돌면서 식당 쪽을
지나고 있었는데 식당의 불이 켜졌습니다.
누가 있나 식당 쪽을 보니 친한 후임이
자다가 목이 말랐는지 냉장고를 열고
물을 마시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 창문으로
바짝 붙어 랜턴을 얼굴에 비추고는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후임은 듣지 못했는지 별 반응이
없길래 조금더 크게 창문을 두드리니
소리를 듣고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
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렇게 눈이 마주친 후임은 5초 정도
아무 반응도 없더니 갑자기 그대로
뒤로 넘어져 기절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바로 식당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당직을 서던 당직병이 우당탕
거리는 소리에 식당으로 달려와
식당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일단 후임을 당직병과 둘이 둘러업고
내부반에 눕혀 놓은 뒤 흔들어 깨우니
정신이 좀 들었는지 덜덜 떨며 어버버
하는 모습에 미안해져서 연신 사과를
하고 내일 PX 거하게 쏘겠다고 한 후
일단 근무를 마저 서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가려는데 당직병이
물었습니다.
"김 병장님 아까 떨어트린 빨래는
안 가져가십니까?"
"빨래? 뭔 빨래 외각 순찰 도는데
누가 빨래를 가지고 다녀"
"아..? 이상하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쟤좀 잘
보고 있어 당직사관한테는 식당에서
물 마시다가 자빠졌다고 말씀드리고.."
다음날 종교 행사를 다녀와 후임을
불러 PX로 가 냉동을 왕창 돌려서
대접했지만 후임은 표정이 계속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풀어지지 않는 후임의 모습에
더 미안해져 연신 사과를 했고
후임은 입을 열었습니다.
"어제 김 병장님 때문에 기절한 거
아닙니다.."
"나 때문에 놀라서 기절한 게 아니라고?"
"그럼 뭘 보고 기절한 건데?"
"김 병장님이 랜턴 들고 있는 모습 보고
하나도 안 놀랐다고 말하려는데.."
"갑자기 김 병장님 오른쪽 어깨 위에
어떤 여자가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소리를 듣고 온몸의 한기를
느끼며 집어 먹던 과자를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
"야.. 무슨 소리야 네가 잘못 본거겠지.."
"잘못본거 아닙니다.. 저도 잘못 본 줄 알고
자세히 봤는데 김 병장님 어깨에 얼굴만
매달려서 김 병장님이랑 저를 번갈아 보며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창백한 얼굴의
여자를 보고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이
들면서 저도 모르게 기절한 겁니다."
저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후임은 제 어깨에 귀신이 매달려 있는걸
보고 기절했다는데 당사자인 저는
귀신은커녕 아무 느낌도 없었습니다.
저는 후임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눈이 오던 날이라 잘못 본 것일
테니 냉동이나 먹으라고 하고
생활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생활관에 앉아 있다가 어제 당직병이
했던 말이 떠올라 어제 당직을 섰던
당직병에게 가 물었습니다.
"야 XX아 어제 너 나한테 빨래를 어쩌고
하지 않았냐? 무슨 말 한거였어?"
"아.. 그거 말입니까? 어제 김 병장님이
식당 문 열라고 하실 때 문 열어드릴라고
가면서 봤는데 오른쪽 어깨에 하얀
옷 같은걸 걸치고 계시길래 어제
눈 오니까 빨래 걷어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들어오시니 어깨에 걸치고
있던 게 없으셔서 바닥에 떨어트리고
오셨는 줄 알고 빨래 주우시라고
말씀드린 거였습니다."
"혹시 어제 떨어트린 빨래 못 찾으셔서
그러십니까?"
저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 시간에 근무 나가면서 빨래 걷을 일도
천 같은걸 걸치고 다닌 적도 없는데
한놈은 어깨 위에 귀신 봤다고 한놈은
어깨 위에 천을 걸치고 있었다고
하니 두 명 다 헛것을 봤다고 하기에도
애매했습니다.
진짜 귀신이라도 있었던 건지 다들
헛것을 본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해주기로 한 근무를 안 나갈 수는
없어 새벽 근무를 나갔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시간의 근무라
어느 정도 날도 밝았고 취사병들도
나와 아침 준비를 하고 있어서
무서웠지만 다시 식당 앞에서
어제의 일을 생각해봤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특별한
것이 없었고 역시 후임들이
그냥 새벽에 눈도 오고 하니
헛것을 본 것이었을 것이다
생각하다 어제 창문 앞에
서있었을 때 볼을 스치던
서늘한 바람이 불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함박눈이 소복이
내리던 날이어서 제 볼을 서늘하게
스쳐 지나갈 정도의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았었습니다..
그 날 이후 귀신을 다시 보거나 하진
않았지만 지금도 그때 제 볼을 스쳐
지나간 바람을 생각하면 지돔도
온몸의 털이 전부 곤두 설정도로
소름 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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