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해줄까?
십몇년즈음 여름 겪었던 일입니다.
그 시절에는 좋은 약수가 나온다는 약수터를 찾아
약수를 떠다가 마시는 것이 흔한 일이었고
저희 가족 역시 어디 산의 약수가 몸에 좋다고
하면 그 산을 찾아가 며칠을 먹을 만한 약수를
뜨러 다니곤 했습니다.
그날도 양구 쪽에 사람들이 잘 모르는 좋은 약수터가
있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저와 어머니 형을 모두
동원하여 양구로 향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약수를 뜨러 가는 드라이브는
저에게 큰 재미였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나가서 밥도 먹고 이곳저곳 구경하며 가다 보니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해가 뉘엿뉘엿 떨어질 무렵이 돼서야
이제 약수를 뜨러 가자 하며 출발했습니다.
약수터는 생각보다 찾기 힘든 곳에 있었고 산을 따라
한참을 헤매다 겨우 도착한 약수터는 산의 능선과
왕복 2차선 도로 사이에 작은 공간의 주차할 만한
곳이 있어 그곳에 차를 세워두고 산을 올라갔습니다.
이미 해는 거의 떨어진 데다 주위가 전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변은 이미 깜깜해졌습니다.
아버지는 생각보다 깜깜해진 주변에 조금 당황하신 듯
보였지만 그래도 약수를 뜨러 왔으니 얼른 약수 떠서
가자며 서둘러 물통을 챙겨 약수터로 향했습니다.
이미 너무 어두워져 낚시할 때 쓰던 동그란 노란 플래시를
들고 올라가는데 생각보다 약수터가 가까이 있지 않았습니다.
주차장에서 산 쪽으로 한 50미터쯤 올라가서야 약수를
뜨는 곳이 나왔고 약수터 입구에 경고문을 붙어있었습니다.
*경고*
"어두워진 후 또는 단독으로 방문하지 마시오."
어머니는 무슨 약수터에 이런 경고문이 붙어있냐며 기분
나빠하셨고 약수터에 들어가 약수를 한참 뜨고 있는데
이상하게 주위에 새들 우는 소리도 안 들리고 바람 소리 같은 것도
들리지 않는 마치 음소거를 한 것처럼 주변이 고요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온 산을 쩌렁쩌렁 울리듯 여자의 미친 듯이
웃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
갑자기 들려온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에 저와 가족들은
모두 순간 얼어붙었습니다.
그냥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아닌 온 산에 다 울려 퍼지는
듯한 기괴한 마치 비웃는 듯한 소름 돋는 웃음소리였습니다.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온 가족이 동시에 행동을
멈추었기에 혼자 잘못들은 것은 절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상한 것들을 자주 보고 점을 보러 가도
기가 너무 쌔다고 거부당한 적이 많았던 어머니께서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하나 주어 산속에다가
냅다 던지시며 버럭 화를 내셨습니다.
"뭔지 몰라도 사람 놀리지 말고 썩 꺼져!!!"
그 소리를 들은 것처럼 온 산을 울리던 웃음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뚝 멈추었습니다.
약수고 뭐고 안 되겠다 싶어 진 아버지는 물을 다
채우기도 전에 뚜껑도 잘 안 닫고 서둘러 내려가시다
약수통을 엎어버렸습니다.
그 순간..
"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낄!!!!!"
마치 우습다는 듯 비웃는 소리가 아까보다 더욱 크게
온 산에 울려 퍼졌고 산을 내려가면 갈수록 그 비웃음
소리는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서둘러 산을 내려와 차에 타서 출발하려는데 트렁크 쪽에서
누군가 손바닥으로 치듯이 쾅 소리가 들렸고 저희 가족은
집에 가는 내내 실내등을 켜고 찬송가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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