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화성 외가댁의 이웃집 노부부

저희 외가댁은 경기도 화성시 쪽에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외가댁에 자주 놀러 갔고,

그래서 온 동네 소문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외가댁 근처 정자가 있는 언덕 바로 밑에는

노부부가 사는 집이 한 채 있었는데,

자식들이 부모님을 만나러 오지 않아서

그 노부부는 두 분이서 조용히 사셨습니다.

 

사실 자식이 있는지조차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중 그 집 할아버지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셨고,

갑자기 노쇠해지시더니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당시 저는 어렸는데,

건강하시던 분이 매번 뵐 때마다 십 년씩 늙어

가시는 것 같아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남겨진 그 집 할머니께서 점점 이상해지셨습니다.

그 이상함은 보통 수준을 넘어서서 마을 주민들조차

그 할머니를 피하라고 당부하실 정도였습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매주 토요일 밤마다

'토요미스터리극장'

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고,

저와 사촌들은 이불속에 몸을 파묻고 함께

그 프로그램을 보곤 했습니다.

 

특히 그날 밤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척

충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방송에서 4차원 세계로 빨려 들어가듯 사람들이

텔레포트되기도 하고,

등산 중인 부자가 순간이동하는 이야기가 나왔으며,

일본 도로 위 차량이 이상한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등

기묘한 내용들이었습니다.

 

한참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중,

갑자기 창문 너머에서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려왔습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저와 사촌들은 꽤 나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놀라서 엉엉 울며 부모님께 달려갔습니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집의 할머니께서

갑자기 비명을 지르셨던 것이었습니다.

 

그 일 이후로 외가댁에 놀러 가면 종종 그 할머니의

비명이 오밤중에 들리곤 했습니다.

 

확실히 말하자면, 단순한 비명이 아니라 무언가에

급격하게 놀라거나 죽기 직전의 단말마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듣는 사람도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지요.

부모님과 친척들 모두가 놀라서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그냥 비명만 지르시던 할머니께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꺼져!!!"

 

"저리 가라!!!"

 

"이놈아!!!"

 

"안 나가!!!"

 

밤중에 목소리가 너무 커서 마을 사람들은

다들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점차

‘미친 할머니’

로 불리며 마을에서 멀리하게 되셨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할머니의 비명은 점점 약해졌고,

힘에 부치신 듯한 소리가 되어갔습니다.

 

몇 년이 흐르고, 제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쯤에는

마을에서 할머니의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친 할머니께서 임종 직전이라는

소식을 듣고 친척들이 돌아가며 간병을 도왔습니다.

 

당시 큰 이모부,

외삼촌,

작은 이모부,

아버지께서 순번을 정해 간병을 맡으셨고,

어느 날 가족들과 함께 할머니 임종을 지켜보기 위해

저도 그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께서 외가에 있으라고 말씀하셨지만,

억지를 부려 그 자리에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그날 저는 처음으로 그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얼굴에는 큰 반점들이 여기저기 자리 잡고 있었고,

이불 위에 누워 계셨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너무 생생하고 무서워서,

지금도 그때의 장면을 떠올리면 온몸이 소름 돋습니다.

 

"쾅!"

 

부엌 쪽에서 갑작스러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 바람에 문이 열린 것이겠거니 했지요.

그런데 몇 초 후,

할머니께서 눈을 크게 뜨시며 흠칫 놀라셨습니다.

 

임종 직전의 눈빛 같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부엌 쪽을 향해 고개를 휙 돌리더니,

 

"이놈아! 왜 또 왔어!"

 

라고 소리치셨습니다.

 

할머니의 시선은 허공을 향한 채 무엇인가와

마주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저희는 다 같이 놀랐지만 할머니의 말투는 갈수록

격렬해지셨습니다.

 

"괘씸한 것! 이젠 나까지 데려가려는 것이냐!"

 

그렇게 외치시던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큰 소리를 내시더니,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돌아가셨습니다.

 

그 후로 그 집은 주인 없는 폐가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집안에 흉조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큰 이모부께서 간암 말기로 돌아가시고,

외삼촌께서 희귀 불치병에 걸리셨습니다.

같은 해에는 아버지께서도 척수종양 진단을 받으셨고,

다행히 조기에 발견되어 수술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해에는 작은 이모와 작은 이모부께서

경부선 30중 교통사고를 당하시기도 했습니다.

 

연달아 닥친 사고들로 인해 외할아버지께서는 참다못해

집에 유명한 무당을 부르셨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무당을 보았는데,

무섭다기보다는 묘하게 불길하고 신기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모든 친척들이 거실 한가운데 무당을

둘러싸고 앉은 채 기다리자,

무당은 한참을 명상하듯 앉아 계시다가 갑자기

부채 모양의 막대기로 베란다 난초 화분 쪽을 가리켰습니다.

 

무당은

"저기에 아주 질 나쁜 귀신이 있어요.

산 사람을 다 데려가고 이 집으로 들어와

사람을 죽이려 하는데,

외할아버지의 기가 세서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두면 외할아버지를 제외하고 모두가

죽을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무당은 복주머니 두 개를 주며

 

“저 집 주위 사방에 하나를 뿌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 집과 외가 사이에 뿌리라”

 

는 지시를 하셨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무당이 가자마자 바로 지시를

실행에 옮기셨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그 덩굴이 자라 폐가는 덩굴로 뒤덮였고,

외가와 폐가 사이에는 단풍나무 두 그루가 자랐습니다.

 

그 이후로 외가에는 큰 불행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께서 매일 창문을 통해 우리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는

 

“날 좀 구해주세요”

 

라고 외치고 계셨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