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괴담> 장인 어른이 해주신 기차 이야기

처음에 장인어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허풍이

심하셔서 믿지 않고 그냥 웃으며 들었는데,

끝까지 듣고 나서는 그 이야기가 진실임을 알았습니다.

 

사실 저도 그날 밤에는 밖에 담배를 피우러 나가지

못할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장인어른은 어렸을 적 조치원 근처에서

살았다고 하십니다.

 

저희 아내도 그곳에서 태어났다고 하더군요.

 

그쪽이 친척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합니다.

 

주변엔 논밭뿐이었고,

기찻길만이 신기할 만한 것이었답니다.

 

그래서 동네 또래 아이들은 기찻길 주위에서

모여 놀았는데,

어른들은 항상 위험하다고 근처에 가지 말라고

하셨답니다.

 

귀신이 나온다거나 누군가 잡아간다며 겁을 주셨고,

실제로 누가 기차에 치여 죽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고 합니다.

 

기찻길에 갔다 온 흔적이 있거나 걸리면 동네

어른들이 길거리에서 크게 혼내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어른들의 암묵적인 규칙 같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인어른은 가지 말라고 할수록

더 가고 싶어 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기찻길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는데,

그 이유는 어머니가 집을 떠나셨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겪은 충격이었기에 장인어른은

일찍 철이 들었다고 합니다.

 

매일 어머니를 원망하며 살아가셨고,

기찻길에 가는 것도,

노는 것도 흥미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장인어른은 6남매 중 둘째였는데,

그때부터 큰누나와 함께 매일 공부만 했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중학생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시절 중학생이면 다 큰 아이로 여겨졌기에,

방을 따로 하나 마련해 주셔서 혼자만의 공간을

즐기며 지내셨다고 합니다.

 

이때는 더 이상 어머니 생각도 나지 않았고,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하며 원망도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새벽 3시나 4시쯤에

기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기차가 지나갈 때 나는 철커덩 철커덩하는 소리,

우리가 아는 그 기차 소리였죠.

 

다음 날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이 소리에

대해 물어보면 모두 자느라 듣지 못했다고 했고,

아무도 소리를 들은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장인어른은 혼자만 듣는 화물 기차인가 했고,

그 시간에는 여객 기차가 다니지 않으니

새벽에 화물 운송을 하나보다 하고 넘겼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계속 기차 소리가 들렸고,

장인어른은 언젠가 시간이 나면 그 기차를 한번

보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사람을 태우지 않는 화물 기차를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에 궁금했기 때문이죠.

 

며칠 뒤 토요일 밤,

장인어른은 그날 밤 새벽에 기차 소리가 들리면

보러 가기로 마음먹고 일찍 잠자리에 드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벽 3시쯤,

희미하게 들려오는 기차 소리를 듣고 얼른 옷을

입고 나가셨다고 합니다.

 

거리는 약 1킬로 정도였는데,

장인어른은 막 달려갔다고 합니다.

 

기찻길엔 울타리나 담 같은 것도 없었고,

그냥 지나가는 기찻길이었다고 하네요.

 

막 달려가 도착했을 때,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고,

점점 가까이 오면서 불빛이 보였다고 합니다.

 

드디어 기차가 앞을 지나가는데,

놀랍게도 화물 기차인데도 화물 대신

사람들만 서 있거나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화물 칸 위에 앉아 이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돈 없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으로 갈 때 타고 가는 건가 하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그 기차는 사람이 뛰는 속도 정도로 천천히

지나갔다고 합니다.

 

한참을 기차를 바라보며 어디로 가는 사람들인지

궁금해하던 중,

장인어른은 그 속에서 어머니를 보았다고 합니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지만,

다시 보니 분명 어머니가 맞았고,

손을 흔들며 부르려던 찰나,

어머니가 장인어른을 먼저 보시고는 빨리

집에 돌아가라고 위험하다며 손짓을 했다고 합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과 손짓을 보니 추우니 들어가라고

하신 것 같았다고 합니다.

 

오랜만에 어머니를 뵌 것이 너무나 좋았고,

마치 조치원역에서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

같아 얼른 집에 가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신나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서 어머니 발자국 소리가

들릴 때까지 잠든 척 기다리셨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오시면 새로 생긴 방도 자랑하고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중,

장인어른의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누구냐?”

고 물으셨고,

목소리가 들리길래 나가 보니 장인어른의

아버지가 자리에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화를 내며 들어가서 얼른 자라고

하셔서 무서워서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안이 초상집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니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어머니께서 다른 남자와 새 살림을

차리셨는데,

그 남자가 아파서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는

찬밥 신세가 되었고,

결국 자식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며 외롭게 지내시다

혼자 계실 때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다고 합니다.

 

장인어른은 이중으로 놀라셨다고 합니다.

분명히 기차에서 어머니를 보았는데,

그날 새벽의 일이 꿈이었는지,

귀신이었던지 알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장례식이 끝난 후에도 장인어른은 기차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고 지내셨습니다.

 

그렇게 기차에 대한 공부를 하며 결국 철도

대학에 진학하셨고,

지금은 철도공사 소장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이 이야기를 하시면서 장인어른은 옛날 생각이

나신 건지 눈가가 촉촉해지셨고,

장모님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무서워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