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는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6월 중순쯤이었던 것 같아.
내가 일을 그만두고 6월 한 달을 쉬었으니까
그쯤일 거야.
부천에 사는데,
그날 새벽에 친구가 술 먹자고 연락이
와서 귀찮긴 했지만 할 것도 없고 해서 택시
타고 신림역으로 가고 있었거든.
나는 보조석에 탔고,
신림으로 가달라고 얘기하고는 차창 밖을
보고 있었어.
원래 낯선 사람이랑 얘기 잘 안 섞고,
낯도 많이 가리거든.
그래서 한참 부천에서 가고 있는데,
신도림? 구로? 그쯤 왔을 때 택시 기사가
말을 걸더라.
생긴 게 살짝 무섭게 생겼어.
스포츠머리에 눈도 좀 꺼지고 말랐어.
갑자기
"저기 있잖아요.
사람을 토막 내면 바로 썩는 냄새가 나나요?"
라고 물어보는 거야.
순간 오싹했어.
왜 나한테 저런 걸 물어보지?
그때 식은땀이 이렇게 나는구나 싶더라.
나는 그냥
"그... 글쎄요. 아마 바로는 안 나겠죠?"
하면서 어버버 했지.
근데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냥
'바로 냄새난다'
라고 할걸 싶기도 했어.
그런데 택시 기사가
"거참 이상하네"
이러는 거야.
난 속으로
'뭐가 이상하지? 진짜 누구 토막 냈나?
트렁크에 시체가 있나?'
이런 생각이 막 드는 거야.
왜냐하면 절대 장난칠 얼굴이 아니었거든.
한참 쫄아 있는데,
택시 기사가 이야기를 해주더라.
방금 개포동에서 인천까지 중국인
두 명을 태웠는데,
그 두 명이 한국말을 해서 아마
조선족이었나 봐.
어느 주택 앞에서 급하게 큰 가방을 여럿
들고 나와서 트렁크에 넣는 걸 도와주고
택시비도 더블로 줬다고 하더라고.
앞에 영수증을 보여줬는데,
정확하게 4만 원 결제했더라고.
뭔가 낌새도 안 좋고 해서,
택시 기사가
"어디 야반도주하십니까?"
하고 농담했는데,
그 둘이 흠칫했다고 하더래.
난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혹시나
뒷자리에 숨어 있던 두 명이 갑자기 나한테
덮치는 거 아닌가 해서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지.
그렇게 택시기사 아저씨는 그 둘을
인천에 내려주고,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화장실에 갔는데,
자기 장갑에 피가 묻어 있는 걸 봤다는 거야.
그래서 깜짝 놀라서 그걸 일단 버리고,
트렁크를 확인한 다음에 개포동 파출소에
신고하러 가는 길에 나를 태운 거라고 하더라고.
내용은 별거 없을지 몰라도,
내가 느꼈던 건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택시 안이었다.
물론 별일 없겠지..
없어야지.
근데 그때 한창 오원춘 사건이다 뭐다 말 많았을 때라,
혹시 그런 쪽이 아닐까 싶더라.
나는 그때 택시에서 내리고 나서도 찝찝해서
술 마시면서 뉴스 꼼꼼히 확인해 봤는데..
딱히 나오는 건 없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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