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해줄까?
제가 근무하던 곳은 최전방 GOP였습니다.
GOP 철책 경계 근무만 격주로 서면서 밤 낮이
바뀌는 고된 생활이었고 이 일은 그때 같은
분대의 사수와 경계 근무를 서다 겪은 일입니다.
군대에서는 생각보다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데
뉴스에는 나오지 않지만 GOP에서도 꽤 많은
자살 사건이 일어납니다.
저희 분대가 근무를 서던 섹터의 초소에서도
예전에 자살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고 인수인계
때도 귀신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냥 군대에
하나씩 있는 헛소문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초소는 유독 습하고 주위에 습지도 많아
계단으로 올라가게 만든 고가 초소였는데 근무를
설 때면 습한 것이 영 찝찝하긴 했습니다.
그날도 그 초소에서 근무를 서던 날이었는데
어느 부대나 그렇듯 사수는 기대어 쪽잠을 자고
부사수인 저는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GOP 철책 근무는 교대를 해주는 밀조라는 근무
방식이 있는데 초소를 각 조들이 한 칸씩 밀어가며
근무를 서는 시스템입니다.
그렇게 한 칸씩 밀려나는 밀조도 어쨌든 근무
교대이기 때문에 부사수가 한눈팔다 놓치면 난리가
나서 부사수들끼리 미리 통신을 해서 00조
이동한다고 대기하라고 하면 그쪽 부사수는
다른 조가 오는 방향만 열심히 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미리 통신이 오지 않았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 것을 다행히 먼저
발견하여 사수를 깨우려는데 다가오는
그 조가 조금 이상했습니다.
밀조가 철책의 손상된 곳이 있나 손으로
만져보면서 오는 것이 정석이긴 했지만 다들
피로에 절고 귀찮아 보통은 그냥 걸어오는데
그 조는 경계총까지 하고 철책을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뭐지 완전 정석대로 하면서 오네?'
하며 놀랐는데 좀 더 지켜보니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분명 철책을 훑으며 걸어오는데 다가오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는걸 유심히 보니 GOP는
경계 등을 전부 다 비출수 없어 띄엄띄엄 경계 등을
설치해놔서 밝은 부분이 있고 어두워서 안 보이는
부분도 있는데 그 밀조는 전등이 비추는 곳은
걸어오는 것이 보이는데 어두운 곳은 지나는 것이
안 보이고 바로 전등이 비추는 곳으로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급하게 사수를 깨우고 허겁지겁
수화(암구호 및 신원확인)를 하기 위해 뛰쳐나가
수화를 하려다 그대로 주저앉았습니다.
그 밀조가 점점 속도를 붙이더니 이미 계단
바로 밑에 도착해 터벅터벅 느린 속도로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는데
둘 다 얼굴이 없었습니다.
저와 사수는 덜덜 떨며 그대로 굳어 주저앉아
천천히 계단을 올라오는 얼굴 없는 귀신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철책로쪽이 아닌 지름길로
쓰는 길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서 그쪽을
쳐다보니 또 다른 밀조가 올라오고
있었고 그 밀조가 진짜 밀조였습니다.
순찰로로 오기 귀찮았던 선임 밀조가
지름길로 올라오고 있었고 다시 계단을
쳐다보니 얼굴 없는 귀신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진짜 밀조가 이미 초소 앞까지 왔지만 저와
사수는 그대로 주저앉아서 넋이 나가 있었고
선임 밀조는 수화도 안 하고 앉아서 멍 때리고
있는 저희를 보고 밀조도 안 잡고 미쳤냐며
뛰쳐 올라왔다가 상태가 이상한 걸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저희 조가 겪은 일은 부대 내에 소문이 나
다들 그 초소로 들어가길 꺼려했지만
다행히 그 이후 얼굴 없는 군인들이
나타나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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